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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생산성 개선을 위한 AI 활용
코딩 최하점 비전공자도 AI로 연구비 8억 7천을 아낀 이야기
Domain Knowledge를 바탕으로 한 비개발자의 AI 기반 성과 도출, 그로 인한 연구소 전반으로의 AI 활용 확산
🤖 활용 AI 도구
Claude(Opus), ChatGPT(OpenAI API), Gemini CLI, Gemini LM, ClovaNote, Suno
① 어떤 상황에서 AI를 활용했나요?
여러분은 핵융합, 플라즈마하면 어떤 생각부터 드시나요. 벌써부터 복잡한 물리 공식으로 머리가 아파오는 것만 같지요. 이러한 플라즈마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진들을 보조하는 지원조직의 업무도 이에 못지 않게 복잡하고 어려운 일들이 많습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KFE) ITER 한국사업단 사업예산팀은 소수 인력으로 국제기구·정부·산업체를 동시에 상대하는 조직입니다. ITER는 한국을 포함한 35개국이 공동으로 건설 중인 세계 최대 핵융합 실험로이고, 저희 팀은 수억 원 단위 유로화 분담금 관리부터 신규 R&D 사업기획까지 담당하는 국제기구 연락사무소입니다.
그중에서도 저를 어렵게 하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환율이었습니다. 수백억 원 규모의 ITER 현금분담금(유로화)을 언제 송금하느냐에 따라 실제 집행액이 수억 원까지도 났는데, 그 시점을 정하는 기준이 담당자의 "감"이었습니다. 데이터로 판단해야 할 문제를 경험치로 풀고 있었던 겁니다.
다른 하나는 사업기획이었습니다. 저희 팀엔 신규 R&D 사업을 기획해본 경험도, 전담 인력도 없었습니다. 이런 일은 보통 외부 용역을 주는데, 조달청 나라장터 기준 사업기획 용역 평균 단가가 건당 약 8,500만 원입니다. 예산도 인력도 없는 상황에서 470억 원 규모 사업을 기획해야 하는 과제가 떨어졌을 때, 선택지는 많지 않았습니다.
이 두 문제를 AI로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AI가 만든 결과물을 검증할 수 있는 분야 지식(Domain Knowledge)는 가져오셔야 하는 준비물입니다.
② 어떤 AI를 어떻게 활용했나요?
환율 예측 자동화는 이자율평가(IRP)와 이동평균(MA) 모델을 Python으로 구현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저는 무역학 전공이고 코딩 전공자가 아닙니다. 대학원 코딩 수업에서 개근만으로 받을 수 있는 최저점인 B0를 받았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모델의 논리(이자율평가가 왜 성립하는지, 이동평균을 어떤 창으로 잡을지)는 제가 설계하고, 그 논리를 AI에게 설명해 코드로 구현하는 방식으로 개발했습니다. 이후 Jupyter Notebook 형태의 CLI 코드를 비개발자도 실행 가능한 GUI 파일(.exe)로 재패키징해서 재무실과 사업예산팀 안팎에 배포하고, 지금까지 직접 유지보수하고 있습니다.
신규 R&D 사업기획은 외부 용역 없이 AI 세 종을 역할별로 나눠 자체 수행했습니다. Claude에는 보고서 초안·전략 설계·논리모형 구축을, Gemini에는 기술수요조사와 NotebookLM 연계 시각화를, ChatGPT에는 대규모 토큰 처리와 딥리서치를 맡겼습니다. 한 모델에 전부 맡기지 않고 역할을 쪼갠 이유는 단순합니다. 단일 모델에만 의존하면 그 모델이 약한 영역에서 품질이 무너지는데, 이걸 막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핵융합 엔지니어링 혁신 R&D'(총사업비 470억 원, '27~'31)라는 신규사업 기획서를 완성해 2027년도 부처 예산에 제기했습니다.
이 밖에 반복업무 자동화도 병행했습니다. 매일 아침 수작업으로 검색·번역하던 ITER 국제기구 뉴스를 ChatGPT API 연동 스크래퍼로 자동화해 대외협력팀에 배포했고, 8개 파일로 흩어진 월간주요현황(MPR) 취합 업무는 VBA 매크로로 묶었습니다. 국제회의 참석 시에는 ClovaNote로 녹취 → Gemini로 회의록 정리 → NotebookLM으로 팟캐스트형 요약까지 연결해, 이동 중에도 회의 내용을 상급자에게 보고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③ 활용 결과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환율 쪽은 숫자로 명확합니다. 평균환율 대비 2024년 4.7억 원, 2025년(7월까지) 3.1억 원, 누적 7.8억 원을 절감했습니다. 송금액 가중 효율성은 최근 5년 내 처음으로 양(+)으로 전환됐습니다(2025년 +0.12%). 반복업무 쪽에서는 MPR 취합이 매월 2시간 걸리던 것이 2분으로 줄었고, 연간으로 환산하면 48시간을 확보한 셈입니다.
사업기획 쪽은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470억 원 규모 기획서를 외부 용역 없이 완성해 국과심 전문위원회 심의에 올렸지만, 2027년도 신규사업으로는 최종 미반영되었습니다. 채택 여부는 재정당국의 예산 배분 및 정책 우선순위 같은 저희 팀의 통제 밖 요인에도 좌우되는 일이라, 그 문턱을 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남은 것이 있습니다. 8,500만 원 상당의 용역비를 들이지 않고 기술수요조사부터 논리모형 고도화까지 자체 수행했다는 프로세스 자체,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든 기획 방법론과 산출물입니다. 신규사업 기획은 한 번에 통과되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고, 재도전을 전제로 자산을 쌓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검증한 AI 오케스트레이션 방식은 다음 예산 주기에 그대로 재사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남았습니다.
④ 나만의 방식 또는 개선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이 사례에서 제가 다르게 접근했다고 생각하는 지점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AI 역할을 의도적으로 쪼갰습니다. 사업기획에서 Claude·Gemini·ChatGPT를 기능별로 분담시킨 것도, 환율 모델을 만들 때 "논리는 내가, 구현은 AI가" 식으로 역할을 나눈 것도 같은 원칙입니다. 하나의 AI에게 모든 걸 맡기면 품질이 그 AI의 약점에 수렴합니다. 저는 제가 판단해야 할 것과 AI에게 맡길 것을 먼저 구분하고 시작합니다.
둘째, 비개발자가 계속 쓸 수 있는 형태로 끝맺음했습니다. Python 분석 코드를 짜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재무실과 사업예산팀 동료들이 별도 개발환경 설치 없이 클릭 몇 번으로 실행할 수 있는 GUI 파일로 재패키징해서 배포·유지보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도구가 팀 밖으로 확장된 계기 중 하나는, 발표 평가용으로 직접 코딩한 타이머 프로그램을 상급기관(한국연구재단)에서 요청받아 전달한 일이었습니다. 제가 만든 작은 도구가 조직 경계를 넘어간 경험이었습니다.
셋째, 성공한 사례뿐 아니라 미반영된 사례도 자산으로 남깁니다. 470억 사업기획은 이번 주기에는 통과하지 못했지만, "외주 없이 470억 규모 기획을 완수할 수 있는 방법론"은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기회에 같은 프로세스를 다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를 실패라기보다 검증 과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넷째, 업무 밖 영역까지 AI 활용을 밀어붙였고, 그게 오히려 조직 확산의 계기가 됐습니다. 환율 모델과 사업기획이 "성과를 내야 하는" 업무였다면, 그 사이사이에는 숫자로 잡히지 않는 시도들이 있었습니다. 본관동 4층 미화 여사님들이 겪던 음식물쓰레기·담배꽁초 문제를 기관 마스코트 '억도리' 이미지로 만들어 인식개선 포스터를 제작했고, 정년퇴임을 앞둔 박사님이 부르신 무반주 곡조 영상에서 가사를 추출해 헌정 음원 'ITER Arirang'을 만들어 드렸습니다. 평가·회의 때마다 필요했던 스톱워치는 Gemini CLI로 직접 만들었는데, 이 타이머의 가치를 알아본 상급기관(한국연구재단)이 프로그램을 정식으로 요청해 전달하는 일로 이어졌습니다.
이런 시도들은 처음부터 "확산시켜야지"라고 기획한 게 아니었습니다. 눈앞의 작은 불편을 AI로 풀어본 것들이 쌓이면서, 재무실·대외협력팀·연구재단으로 자연스럽게 번져나간 겁니다. 그리고 이 흐름 전체—환율 자동화, 사업기획, 반복업무, 조직문화 확산—가 종합적으로 인정받아 2025년 KFE 기관장 표창 특별추천상(워킹AI상)을 수상했습니다. 업무 성과 하나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바꾼 시도들의 총합"이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가장 의미 있었습니다. 지금도 많은 연구소 직원분들은 '우리 연구소 AI' 하면서 알아봐주시니까요.
1990년대, 우리는 '인터넷 시대의 개막'을 이야기했습니다. 오늘을 그 누구도 인터넷 시대라고 하지 않습니다. 인터넷이 실패해서가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완전히 스며들었기 때문입니다.
2026년 우리는 인공지능과 핵융합의 시대를 이야기합니다. 분명 지금은 그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도달점은 더 이상 이 시대를 굳이 이름 붙이지 않아도 되는 날일 것입니다. 인공지능과 핵융합 에너지가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의 일부가 되는 순간입니다.
⑤ 다른 사람도 따라 할 수 있나요?
핵심 도구는 모두 무료 또는 구독 범위 내에서 접근 가능하고, 이미 팀 내 비개발자 실사용으로 확산 가능성이 검증됐습니다. 실사용 중인 기본 코드는 API 키만 제거한 상태로 GitHub(github.com/RyuSungyoung)에 공개해 두었습니다. 환율 예측 모델은 외화를 다루는 어떤 조직에도 적용 가능하고, AI 오케스트레이션 방식(모델별 역할 분담)은 사업기획·보고서 작성·회의 정리 같은 일반 사무 환경에 그대로 옮겨 쓸 수 있습니다.
나의 작고 하찮은 AI 업무 적용례는 연구소 간부회의에서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연구소에서 제게 쥐어주신 워킹AI인상은 춘추전국시대 연소왕이 인재를 등용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책사 곽외와 상의할 때 곽외는 인재를 후대하면 된다고 답하며 그런 의미에서 자기부터 높은 자릴 주면 '곽외따위에?' 라며 앞다퉈 몰려들거란 말이었고, 그대로 되어서 만화 킹덤의 춘추전국영웅들이 모여든것과 같은 맥락에서 직원들도 AI 좀 써먹으라는 경영진의 의중이 반영되었을지도 모르지요.
코딩 전공이 아니어도 됩니다. 저부터가 학부는 무역학, 대학원 코딩 수업 학점은 B0였습니다. 중요한 건 코딩 실력이 아니라 "무엇을 AI에게 맡길 수 있는지 작은 것부터 찾아보고, 어떤 AI를 어떤 방식으로 조합할지" 설계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원칙 덕분에 AI 활용에 저관여였던 팀 내 선배들도 Copilot, Notion AI, NotebookLM, Genspark 같은 도구를 업무에 적용해보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핵융합, 플라즈마하면 어떤 생각부터 드시나요. 벌써부터 복잡한 물리 공식으로 머리가 아파오는 것만 같지요. 이러한 플라즈마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진들을 보조하는 지원조직의 업무도 이에 못지 않게 복잡하고 어려운 일들이 많습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KFE) ITER 한국사업단 사업예산팀은 소수 인력으로 국제기구·정부·산업체를 동시에 상대하는 조직입니다. ITER는 한국을 포함한 35개국이 공동으로 건설 중인 세계 최대 핵융합 실험로이고, 저희 팀은 수억 원 단위 유로화 분담금 관리부터 신규 R&D 사업기획까지 담당하는 국제기구 연락사무소입니다.
그중에서도 저를 어렵게 하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환율이었습니다. 수백억 원 규모의 ITER 현금분담금(유로화)을 언제 송금하느냐에 따라 실제 집행액이 수억 원까지도 났는데, 그 시점을 정하는 기준이 담당자의 "감"이었습니다. 데이터로 판단해야 할 문제를 경험치로 풀고 있었던 겁니다.
다른 하나는 사업기획이었습니다. 저희 팀엔 신규 R&D 사업을 기획해본 경험도, 전담 인력도 없었습니다. 이런 일은 보통 외부 용역을 주는데, 조달청 나라장터 기준 사업기획 용역 평균 단가가 건당 약 8,500만 원입니다. 예산도 인력도 없는 상황에서 470억 원 규모 사업을 기획해야 하는 과제가 떨어졌을 때, 선택지는 많지 않았습니다.
이 두 문제를 AI로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AI가 만든 결과물을 검증할 수 있는 분야 지식(Domain Knowledge)는 가져오셔야 하는 준비물입니다.
② 어떤 AI를 어떻게 활용했나요?
환율 예측 자동화는 이자율평가(IRP)와 이동평균(MA) 모델을 Python으로 구현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저는 무역학 전공이고 코딩 전공자가 아닙니다. 대학원 코딩 수업에서 개근만으로 받을 수 있는 최저점인 B0를 받았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모델의 논리(이자율평가가 왜 성립하는지, 이동평균을 어떤 창으로 잡을지)는 제가 설계하고, 그 논리를 AI에게 설명해 코드로 구현하는 방식으로 개발했습니다. 이후 Jupyter Notebook 형태의 CLI 코드를 비개발자도 실행 가능한 GUI 파일(.exe)로 재패키징해서 재무실과 사업예산팀 안팎에 배포하고, 지금까지 직접 유지보수하고 있습니다.
신규 R&D 사업기획은 외부 용역 없이 AI 세 종을 역할별로 나눠 자체 수행했습니다. Claude에는 보고서 초안·전략 설계·논리모형 구축을, Gemini에는 기술수요조사와 NotebookLM 연계 시각화를, ChatGPT에는 대규모 토큰 처리와 딥리서치를 맡겼습니다. 한 모델에 전부 맡기지 않고 역할을 쪼갠 이유는 단순합니다. 단일 모델에만 의존하면 그 모델이 약한 영역에서 품질이 무너지는데, 이걸 막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핵융합 엔지니어링 혁신 R&D'(총사업비 470억 원, '27~'31)라는 신규사업 기획서를 완성해 2027년도 부처 예산에 제기했습니다.
이 밖에 반복업무 자동화도 병행했습니다. 매일 아침 수작업으로 검색·번역하던 ITER 국제기구 뉴스를 ChatGPT API 연동 스크래퍼로 자동화해 대외협력팀에 배포했고, 8개 파일로 흩어진 월간주요현황(MPR) 취합 업무는 VBA 매크로로 묶었습니다. 국제회의 참석 시에는 ClovaNote로 녹취 → Gemini로 회의록 정리 → NotebookLM으로 팟캐스트형 요약까지 연결해, 이동 중에도 회의 내용을 상급자에게 보고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③ 활용 결과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환율 쪽은 숫자로 명확합니다. 평균환율 대비 2024년 4.7억 원, 2025년(7월까지) 3.1억 원, 누적 7.8억 원을 절감했습니다. 송금액 가중 효율성은 최근 5년 내 처음으로 양(+)으로 전환됐습니다(2025년 +0.12%). 반복업무 쪽에서는 MPR 취합이 매월 2시간 걸리던 것이 2분으로 줄었고, 연간으로 환산하면 48시간을 확보한 셈입니다.
사업기획 쪽은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470억 원 규모 기획서를 외부 용역 없이 완성해 국과심 전문위원회 심의에 올렸지만, 2027년도 신규사업으로는 최종 미반영되었습니다. 채택 여부는 재정당국의 예산 배분 및 정책 우선순위 같은 저희 팀의 통제 밖 요인에도 좌우되는 일이라, 그 문턱을 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남은 것이 있습니다. 8,500만 원 상당의 용역비를 들이지 않고 기술수요조사부터 논리모형 고도화까지 자체 수행했다는 프로세스 자체,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든 기획 방법론과 산출물입니다. 신규사업 기획은 한 번에 통과되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고, 재도전을 전제로 자산을 쌓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검증한 AI 오케스트레이션 방식은 다음 예산 주기에 그대로 재사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남았습니다.
④ 나만의 방식 또는 개선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이 사례에서 제가 다르게 접근했다고 생각하는 지점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AI 역할을 의도적으로 쪼갰습니다. 사업기획에서 Claude·Gemini·ChatGPT를 기능별로 분담시킨 것도, 환율 모델을 만들 때 "논리는 내가, 구현은 AI가" 식으로 역할을 나눈 것도 같은 원칙입니다. 하나의 AI에게 모든 걸 맡기면 품질이 그 AI의 약점에 수렴합니다. 저는 제가 판단해야 할 것과 AI에게 맡길 것을 먼저 구분하고 시작합니다.
둘째, 비개발자가 계속 쓸 수 있는 형태로 끝맺음했습니다. Python 분석 코드를 짜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재무실과 사업예산팀 동료들이 별도 개발환경 설치 없이 클릭 몇 번으로 실행할 수 있는 GUI 파일로 재패키징해서 배포·유지보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도구가 팀 밖으로 확장된 계기 중 하나는, 발표 평가용으로 직접 코딩한 타이머 프로그램을 상급기관(한국연구재단)에서 요청받아 전달한 일이었습니다. 제가 만든 작은 도구가 조직 경계를 넘어간 경험이었습니다.
셋째, 성공한 사례뿐 아니라 미반영된 사례도 자산으로 남깁니다. 470억 사업기획은 이번 주기에는 통과하지 못했지만, "외주 없이 470억 규모 기획을 완수할 수 있는 방법론"은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기회에 같은 프로세스를 다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를 실패라기보다 검증 과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넷째, 업무 밖 영역까지 AI 활용을 밀어붙였고, 그게 오히려 조직 확산의 계기가 됐습니다. 환율 모델과 사업기획이 "성과를 내야 하는" 업무였다면, 그 사이사이에는 숫자로 잡히지 않는 시도들이 있었습니다. 본관동 4층 미화 여사님들이 겪던 음식물쓰레기·담배꽁초 문제를 기관 마스코트 '억도리' 이미지로 만들어 인식개선 포스터를 제작했고, 정년퇴임을 앞둔 박사님이 부르신 무반주 곡조 영상에서 가사를 추출해 헌정 음원 'ITER Arirang'을 만들어 드렸습니다. 평가·회의 때마다 필요했던 스톱워치는 Gemini CLI로 직접 만들었는데, 이 타이머의 가치를 알아본 상급기관(한국연구재단)이 프로그램을 정식으로 요청해 전달하는 일로 이어졌습니다.
이런 시도들은 처음부터 "확산시켜야지"라고 기획한 게 아니었습니다. 눈앞의 작은 불편을 AI로 풀어본 것들이 쌓이면서, 재무실·대외협력팀·연구재단으로 자연스럽게 번져나간 겁니다. 그리고 이 흐름 전체—환율 자동화, 사업기획, 반복업무, 조직문화 확산—가 종합적으로 인정받아 2025년 KFE 기관장 표창 특별추천상(워킹AI상)을 수상했습니다. 업무 성과 하나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바꾼 시도들의 총합"이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가장 의미 있었습니다. 지금도 많은 연구소 직원분들은 '우리 연구소 AI' 하면서 알아봐주시니까요.
1990년대, 우리는 '인터넷 시대의 개막'을 이야기했습니다. 오늘을 그 누구도 인터넷 시대라고 하지 않습니다. 인터넷이 실패해서가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완전히 스며들었기 때문입니다.
2026년 우리는 인공지능과 핵융합의 시대를 이야기합니다. 분명 지금은 그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도달점은 더 이상 이 시대를 굳이 이름 붙이지 않아도 되는 날일 것입니다. 인공지능과 핵융합 에너지가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의 일부가 되는 순간입니다.
⑤ 다른 사람도 따라 할 수 있나요?
핵심 도구는 모두 무료 또는 구독 범위 내에서 접근 가능하고, 이미 팀 내 비개발자 실사용으로 확산 가능성이 검증됐습니다. 실사용 중인 기본 코드는 API 키만 제거한 상태로 GitHub(github.com/RyuSungyoung)에 공개해 두었습니다. 환율 예측 모델은 외화를 다루는 어떤 조직에도 적용 가능하고, AI 오케스트레이션 방식(모델별 역할 분담)은 사업기획·보고서 작성·회의 정리 같은 일반 사무 환경에 그대로 옮겨 쓸 수 있습니다.
나의 작고 하찮은 AI 업무 적용례는 연구소 간부회의에서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연구소에서 제게 쥐어주신 워킹AI인상은 춘추전국시대 연소왕이 인재를 등용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책사 곽외와 상의할 때 곽외는 인재를 후대하면 된다고 답하며 그런 의미에서 자기부터 높은 자릴 주면 '곽외따위에?' 라며 앞다퉈 몰려들거란 말이었고, 그대로 되어서 만화 킹덤의 춘추전국영웅들이 모여든것과 같은 맥락에서 직원들도 AI 좀 써먹으라는 경영진의 의중이 반영되었을지도 모르지요.
코딩 전공이 아니어도 됩니다. 저부터가 학부는 무역학, 대학원 코딩 수업 학점은 B0였습니다. 중요한 건 코딩 실력이 아니라 "무엇을 AI에게 맡길 수 있는지 작은 것부터 찾아보고, 어떤 AI를 어떤 방식으로 조합할지" 설계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원칙 덕분에 AI 활용에 저관여였던 팀 내 선배들도 Copilot, Notion AI, NotebookLM, Genspark 같은 도구를 업무에 적용해보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