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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발령 공문, AI한테 초안을 맡기고 저는 사람을 챙깁니다
저는 작은 협회에서 총무하고 전산 일을 같이 맡고 있습니다. 하는 일을 늘어놓으면 사실 대단할 게 없어요. 공문 정리하고, 매주 업무보고 쓰고, 회의 자료 챙기고, 메신저로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할 일들 정리하고. 자잘한 사무 일이 대부분입니다. 그 가운데 매달 꼭 돌아오면서 제일 손이 많이 가던 게 인사발령 공문 처리였어요.
공문을 받으면 대충 이런 식으로 적혀 있습니다. "○○○을 △△지역 책임자로 보(補)함. □□□을 면(免)하고 ◇◇로 명(命)함. 이상 몇 명. 발령일자 며칠." 적게는 두어 명, 많으면 열 명 넘게 한꺼번에 들어옵니다.
문제는 이 한 장을 받으면 손댈 곳이 한둘이 아니라는 겁니다. 인사 기록에 발령을 한 줄 추가하고 직전 직책은 끝난 날짜로 닫아 줘야 하고, 부서 주소록에서는 자리를 옮긴 분의 소속을 바꿔서 옮겨 놔야 합니다. 그만두신 분은 명부에서 빼서 따로 관리하는 표로 넘기고, 공문에 적힌 이름이 실제로 등록된 이름과 다르면(결혼하면서 성이 바뀐 경우 같은) 별칭도 이어 줘야 하고요.
여기에 골치 아픈 게 하나 더 있습니다. 같은 이름을 쓰는 분이 여럿일 때예요. 생일이나 소속을 보고 "아, 이 사람이구나" 하고 골라내야 하는데, 그래도 애매하면 확인될 때까지 그냥 미뤄 둡니다.
이걸 매달, 공문마다 반복했습니다. 하나하나가 대단히 어려운 건 아니에요. 그냥 오래 걸리고, 하다 보면 지치고, 가끔 실수가 나는 일이었습니다. 줄 하나만 잘못 닫아도 누군가의 재직 기간이 틀어지니까 눈에 불을 켜고 봐야 했고요. 그렇게 공문 하나에 저녁을 다 쓰고 나면, 정작 하고 싶던 일은 늘 뒷전이었습니다. 새로 부임하신 분께 연락 한 번 드리는 그런 일이요. 돌아보면 저는 공문을 읽고 판단하는 사람이고 싶었는데, 실제로 하는 일은 읽어서 옮겨 적는 쪽에 훨씬 가까웠습니다.
일하는 순서를 한번 바꿔 봤습니다
처음엔 "내가 좀 더 빨리 입력하면 되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답이 아니더라고요. 빨리 옮겨 적는 게 아니라, 옮겨 적는 일 자체를 누군가한테 넘겨야 했습니다.
마침 요즘 생성형 AI가 딱 이런 걸 잘합니다. 정해진 틀 없이 줄줄 쓰인 공문을 읽어서 깔끔한 표로 바꿔 주는 일이요. 저는 클로드(Claude)라는 대화형 AI를 썼습니다. 사람은 이런 반복 작업을 하다 보면 지치는데, AI는 지치지도 않고요.
그래서 순서를 이렇게 바꿨습니다. AI한테는 초안까지만 시킵니다. 공문을 읽어서 누가, 어떤 발령(면직이나 전보, 승격, 겸직)을, 언제 받았는지 표로 뽑고, 제가 미리 정해 둔 규칙대로 어느 표를 어떻게 고칠지 미리 보여 주는 데까지요. 그다음 결정은 제가 합니다. 미리 보여 준 걸 쭉 훑어보고 "그래, 이대로 해" 하고 승인만 누릅니다. 제가 승인하기 전까지는 원래 자료에 아무것도 써지지 않게 해 뒀어요.
읽고 정리하는 지겨운 일은 AI가 하고, 판단하고 책임지는 건 제가 하고. 이렇게 나눴더니 공문 하나 붙잡고 있던 시간이 한참에서 몇 분으로 줄었습니다.
사실 제일 겁났던 건 따로 있었습니다
솔직히 AI한테 일을 맡기면서 제일 무서웠던 건 속도가 느린 게 아니었어요. AI가 그럴듯하게 지어내는 거였습니다. 공문에 없는 사람을 만들어 내거나, 두 명을 다섯 명으로 부풀리거나. 그걸 모르고 그대로 반영했다가는 누군가의 기록이 통째로 엉켜 버립니다.
그래서 AI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장치를 하나 넣었습니다. 공문 맨 끝에는 항상 "이상 몇 명"이라고 인원수가 적혀 있거든요. AI가 뽑아낸 표의 줄 수가 이 숫자랑 안 맞으면, 작업이 거기서 딱 멈추고 저한테 넘어옵니다.
얼마 전에 이 장치가 실제로 작동했어요. 공문엔 "이상 2명"이라고 돼 있는데 AI가 다섯 줄을 뽑아낸 겁니다. 시스템이 "인원이 안 맞는데요" 하고 알아서 멈췄고, 제가 공문을 다시 읽어 바로잡은 다음에야 반영이 됐습니다. 이 장치가 없었으면 저는 그 틀린 다섯 줄을 그냥 승인해 버렸을지도 몰라요. AI를 어디까지 믿고 어디부터는 믿지 말지, 그 선을 미리 그어 두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걸 그때 배웠습니다.
다루는 게 사람들 이름하고 소속이다 보니 더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세 가지는 꼭 지켰어요. 제가 승인하기 전엔 아무것도 바뀌지 않게 하고, 원본은 손대지 않고 변경안을 따로 만들어서 반영한 뒤에 다시 대조해 보고, AI가 센 숫자가 공문 숫자와 맞을 때만 통과시키는 것. 이 세 가지요.
인사공문만 이렇게 하는 건 아니에요
말씀드렸듯이 제가 하는 일이 이거 하나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사실 저는 이 방식을 온갖 자잘한 일에 다 씁니다.
메신저로 할 일이 우르르 쏟아지면 그걸 그대로 복사해서 AI한테 던집니다. 그럼 "이건 언제까지, 저건 누구한테" 하고 목록으로 정리해 줘요. 매주 쓰는 업무보고도 지난주 기록을 넣어 주면 초안을 잡아 줍니다. 회의 자료가 수십 장씩 길게 오면 필요한 숫자나 결정 사항만 뽑아 달라고 하고요. 공문이나 안내문 초안도 마찬가지고요.
하다 보면 결국 다 비슷한 일이더라고요. 어딘가에 있는 글을 읽어서, 필요한 모양으로 정리해서, 옮겨 적는 일. 그래서 저는 매번 똑같이 합니다. 읽어서 정리하는 건 AI한테 맡기고, 그게 맞는지 확인하는 건 제가 하고요.
코드를 몰라도 따라 할 수 있습니다
저야 인사공문은 아예 간단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서 돌리지만, 사실 중요한 건 무슨 도구를 쓰느냐보다 일하는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그 순서는 프로그램 없이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거든요.
공문이든 회의록이든 신청서든, 읽어서 어딘가에 옮겨 적는 일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이면 다들 하잖아요. 저는 이렇게 해 보시길 권합니다. 읽어서 정리하는 건 AI한테 "이 문서를 이런 표로 정리해 줘" 하고 맡기세요. 대신 AI 말을 그대로 믿지 말고, 원문과 맞는지 확인할 기준을 딱 하나(인원수든 합계든 날짜든) 정해 두세요. 그리고 확인하기 전까지는 원본을 절대 바꾸지 마세요. 이 세 가지면 충분합니다. 대화형 AI를 쓰든 회사 시스템을 쓰든 똑같아요.
이제 남는 시간엔 사람을 봅니다
제가 진짜 바랐던 건 공문을 빨리 처리하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었어요.
옮겨 적는 데 저녁을 안 쓰게 되니까, 그제야 표 안의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 보이더라고요. 새로 오신 분께 먼저 연락드리고, 자리 옮기신 분은 잘 적응하고 계신지 챙기는 일이요. 원래 그게 제 일의 본질이었는데 말이죠.
반복되는 문서 작업은 AI한테 넘기고, 저는 사람한테 집중합니다. 저한테 AI를 쓰는 이유는 처음부터 이거 하나였어요.
아, 그리고 글에 나오는 이름이나 인원은 개인정보 때문에 실제가 아니라 예시로 바꿔 적었습니다. 이미지도 설명하려고 새로 만든 거예요.
업무 생산성 개선을 위한 AI 활용
인사발령 공문, AI한테 초안을 맡기고 저는 사람을 챙깁니다
매달 인사발령 공문을 옮겨 적느라 저녁을 쓰던 제가, AI한테 초안을 맡기고 이제 사람을 챙기게 된 이야기입니다.
🤖 활용 AI 도구
Claude
인사발령 공문, AI한테 초안을 맡기고 저는 사람을 챙깁니다
저는 작은 협회에서 총무하고 전산 일을 같이 맡고 있습니다. 하는 일을 늘어놓으면 사실 대단할 게 없어요. 공문 정리하고, 매주 업무보고 쓰고, 회의 자료 챙기고, 메신저로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할 일들 정리하고. 자잘한 사무 일이 대부분입니다. 그 가운데 매달 꼭 돌아오면서 제일 손이 많이 가던 게 인사발령 공문 처리였어요.
공문을 받으면 대충 이런 식으로 적혀 있습니다. "○○○을 △△지역 책임자로 보(補)함. □□□을 면(免)하고 ◇◇로 명(命)함. 이상 몇 명. 발령일자 며칠." 적게는 두어 명, 많으면 열 명 넘게 한꺼번에 들어옵니다.
문제는 이 한 장을 받으면 손댈 곳이 한둘이 아니라는 겁니다. 인사 기록에 발령을 한 줄 추가하고 직전 직책은 끝난 날짜로 닫아 줘야 하고, 부서 주소록에서는 자리를 옮긴 분의 소속을 바꿔서 옮겨 놔야 합니다. 그만두신 분은 명부에서 빼서 따로 관리하는 표로 넘기고, 공문에 적힌 이름이 실제로 등록된 이름과 다르면(결혼하면서 성이 바뀐 경우 같은) 별칭도 이어 줘야 하고요.
여기에 골치 아픈 게 하나 더 있습니다. 같은 이름을 쓰는 분이 여럿일 때예요. 생일이나 소속을 보고 "아, 이 사람이구나" 하고 골라내야 하는데, 그래도 애매하면 확인될 때까지 그냥 미뤄 둡니다.
이걸 매달, 공문마다 반복했습니다. 하나하나가 대단히 어려운 건 아니에요. 그냥 오래 걸리고, 하다 보면 지치고, 가끔 실수가 나는 일이었습니다. 줄 하나만 잘못 닫아도 누군가의 재직 기간이 틀어지니까 눈에 불을 켜고 봐야 했고요. 그렇게 공문 하나에 저녁을 다 쓰고 나면, 정작 하고 싶던 일은 늘 뒷전이었습니다. 새로 부임하신 분께 연락 한 번 드리는 그런 일이요. 돌아보면 저는 공문을 읽고 판단하는 사람이고 싶었는데, 실제로 하는 일은 읽어서 옮겨 적는 쪽에 훨씬 가까웠습니다.
일하는 순서를 한번 바꿔 봤습니다
처음엔 "내가 좀 더 빨리 입력하면 되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답이 아니더라고요. 빨리 옮겨 적는 게 아니라, 옮겨 적는 일 자체를 누군가한테 넘겨야 했습니다.
마침 요즘 생성형 AI가 딱 이런 걸 잘합니다. 정해진 틀 없이 줄줄 쓰인 공문을 읽어서 깔끔한 표로 바꿔 주는 일이요. 저는 클로드(Claude)라는 대화형 AI를 썼습니다. 사람은 이런 반복 작업을 하다 보면 지치는데, AI는 지치지도 않고요.
그래서 순서를 이렇게 바꿨습니다. AI한테는 초안까지만 시킵니다. 공문을 읽어서 누가, 어떤 발령(면직이나 전보, 승격, 겸직)을, 언제 받았는지 표로 뽑고, 제가 미리 정해 둔 규칙대로 어느 표를 어떻게 고칠지 미리 보여 주는 데까지요. 그다음 결정은 제가 합니다. 미리 보여 준 걸 쭉 훑어보고 "그래, 이대로 해" 하고 승인만 누릅니다. 제가 승인하기 전까지는 원래 자료에 아무것도 써지지 않게 해 뒀어요.
읽고 정리하는 지겨운 일은 AI가 하고, 판단하고 책임지는 건 제가 하고. 이렇게 나눴더니 공문 하나 붙잡고 있던 시간이 한참에서 몇 분으로 줄었습니다.
사실 제일 겁났던 건 따로 있었습니다
솔직히 AI한테 일을 맡기면서 제일 무서웠던 건 속도가 느린 게 아니었어요. AI가 그럴듯하게 지어내는 거였습니다. 공문에 없는 사람을 만들어 내거나, 두 명을 다섯 명으로 부풀리거나. 그걸 모르고 그대로 반영했다가는 누군가의 기록이 통째로 엉켜 버립니다.
그래서 AI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장치를 하나 넣었습니다. 공문 맨 끝에는 항상 "이상 몇 명"이라고 인원수가 적혀 있거든요. AI가 뽑아낸 표의 줄 수가 이 숫자랑 안 맞으면, 작업이 거기서 딱 멈추고 저한테 넘어옵니다.
얼마 전에 이 장치가 실제로 작동했어요. 공문엔 "이상 2명"이라고 돼 있는데 AI가 다섯 줄을 뽑아낸 겁니다. 시스템이 "인원이 안 맞는데요" 하고 알아서 멈췄고, 제가 공문을 다시 읽어 바로잡은 다음에야 반영이 됐습니다. 이 장치가 없었으면 저는 그 틀린 다섯 줄을 그냥 승인해 버렸을지도 몰라요. AI를 어디까지 믿고 어디부터는 믿지 말지, 그 선을 미리 그어 두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걸 그때 배웠습니다.
다루는 게 사람들 이름하고 소속이다 보니 더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세 가지는 꼭 지켰어요. 제가 승인하기 전엔 아무것도 바뀌지 않게 하고, 원본은 손대지 않고 변경안을 따로 만들어서 반영한 뒤에 다시 대조해 보고, AI가 센 숫자가 공문 숫자와 맞을 때만 통과시키는 것. 이 세 가지요.
인사공문만 이렇게 하는 건 아니에요
말씀드렸듯이 제가 하는 일이 이거 하나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사실 저는 이 방식을 온갖 자잘한 일에 다 씁니다.
메신저로 할 일이 우르르 쏟아지면 그걸 그대로 복사해서 AI한테 던집니다. 그럼 "이건 언제까지, 저건 누구한테" 하고 목록으로 정리해 줘요. 매주 쓰는 업무보고도 지난주 기록을 넣어 주면 초안을 잡아 줍니다. 회의 자료가 수십 장씩 길게 오면 필요한 숫자나 결정 사항만 뽑아 달라고 하고요. 공문이나 안내문 초안도 마찬가지고요.
하다 보면 결국 다 비슷한 일이더라고요. 어딘가에 있는 글을 읽어서, 필요한 모양으로 정리해서, 옮겨 적는 일. 그래서 저는 매번 똑같이 합니다. 읽어서 정리하는 건 AI한테 맡기고, 그게 맞는지 확인하는 건 제가 하고요.
코드를 몰라도 따라 할 수 있습니다
저야 인사공문은 아예 간단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서 돌리지만, 사실 중요한 건 무슨 도구를 쓰느냐보다 일하는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그 순서는 프로그램 없이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거든요.
공문이든 회의록이든 신청서든, 읽어서 어딘가에 옮겨 적는 일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이면 다들 하잖아요. 저는 이렇게 해 보시길 권합니다. 읽어서 정리하는 건 AI한테 "이 문서를 이런 표로 정리해 줘" 하고 맡기세요. 대신 AI 말을 그대로 믿지 말고, 원문과 맞는지 확인할 기준을 딱 하나(인원수든 합계든 날짜든) 정해 두세요. 그리고 확인하기 전까지는 원본을 절대 바꾸지 마세요. 이 세 가지면 충분합니다. 대화형 AI를 쓰든 회사 시스템을 쓰든 똑같아요.
이제 남는 시간엔 사람을 봅니다
제가 진짜 바랐던 건 공문을 빨리 처리하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었어요.
옮겨 적는 데 저녁을 안 쓰게 되니까, 그제야 표 안의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 보이더라고요. 새로 오신 분께 먼저 연락드리고, 자리 옮기신 분은 잘 적응하고 계신지 챙기는 일이요. 원래 그게 제 일의 본질이었는데 말이죠.
반복되는 문서 작업은 AI한테 넘기고, 저는 사람한테 집중합니다. 저한테 AI를 쓰는 이유는 처음부터 이거 하나였어요.
아, 그리고 글에 나오는 이름이나 인원은 개인정보 때문에 실제가 아니라 예시로 바꿔 적었습니다. 이미지도 설명하려고 새로 만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