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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생산성 개선을 위한 AI 활용
AI가 같은 실수를 네 번 반복했습니다. 그래서 검사 344개로 잠갔고, 지금 직원 26명이 매일 씁니다
은행에서 23년간 기업의 돈과 서류가 흐르는 길을 설계하던 사람이, 20년 근속 경리직원 퇴사로 멈출 뻔한 중소기업에서 AI 에이전트에게 우리 회사 규칙을 가르쳐 넉 달 만에 그 길을 다시 놓은 기록입니다.
🤖 활용 AI 도구
클로드 코드(개발), 클로드 코윅(설계·기획 상의), 챗GPT·제미나이(결과물 교차 검증)
① 어떤 상황에서 AI를 활용했나요?
연 매출 100억대, 직원 26명의 제조·유통 중소기업입니다.
회계는 20년 가까이 국내 중소기업이 가장 널리 쓰는 회계 프로그램을 써 왔습니다. 제품 이름은 적지 않겠습니다. 세무사 사무실과 자료를 주고받는 관례 때문에 선택의 여지 없이 쓰게 되는 그 프로그램입니다. 아마 짐작하실 겁니다.
나쁜 프로그램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만드는 쪽도 약점을 알아서 해가 갈수록 많이 자동화해 왔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어렵습니다. 성격상 어려울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입니다. 거래 하나하나를 분개로 쳐야 하니 차변과 대변을 알아야 하고, 거래처와 품목과 계정과목 코드를 외우거나 찾아야 합니다. 그 코드는 회사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경리 쪽에 오래 계신 분들도 이 프로그램을 정말 힘들게 배워서 사용하십니다. 그리고 배우고 나면 그분이 그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되다 보니 자부심과 고집도 강하시고, 그 프로그램을 쓰는 회사는 그들만의 리그가 됩니다.
우리 회사가 그랬습니다. 업무 규칙이 문서가 아니라 그분들 머릿속에 있었습니다. 우리 회사의 경우는 약 20년치가 그분들의 기억 속에만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 분이 퇴사하자 회사가 멈출 뻔했습니다. 인수인계가 문서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분들 잘못이 아닙니다. 20년을 성실히 일한 결과가 그렇게 쌓인 것이고, 문서로 만들어 두지 않은 건 회사입니다. 다만 한 사람이 나가면 멈추는 구조였던 것은 분명합니다.
문제점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직원 26명 가운데 책상에서 일하는 사람은 여섯 명 남짓입니다. 나머지는 현장에서 기계를 만지는 분들입니다. 업무용 이메일을 쓰지 않고, 사내 메신저도 없습니다. 연락은 전부 카카오톡으로 합니다. 대표님도 카톡 말고는 거의 쓰지 않으십니다.
놀라서 외주업체를 통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이른바 커스터마이징을 알아보니 견적이 수천만 원이었고, 더 큰 문제는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데만 몇 달이 걸린다는 점이었습니다. 설명해도 머릿속에 있는 20년치는 전달되지 않습니다. 중소기업이 전산화를 포기하는 지점이 대체로 이런 점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설명하는 일'을 23년 해 본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1993년에 은행에 들어가 2015년 말까지 23년을 일했습니다. 국내 시중은행에서 시작해(1993~2004), 외국계 은행 한국법인 A(2004~2012)를 거쳐, 외국계 은행 한국법인 B(2012~2015)에서 마쳤습니다.
기획부에서는 제도와 규칙을 설계했습니다. 영업점에서는 현장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배웠습니다. 인터넷뱅킹팀에서는 일반 고객이 쓰는 디지털 창구를 맡았고, 신사업추진팀에서는 없던 것을 만들고 기업 인터넷뱅킹의 기능 등을 기업들과 협의해서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외국계 은행에서 기업금융 거래서비스 본부의 부장을 거쳐 이사로 일했습니다. 그 부서는 외국계 은행들이 기업의 자금과 무역 거래를 관리해 주는 디지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곳이었습니다.
지금의 AI 혁명은 마치 2000년에 인터넷 혁명이 일어나 수없는 논쟁과 진화가 일어났던 시절과 너무 유사합니다. 처음엔 다들 "인터넷으로 어떻게 개선을 하느냐"고 했습니다. 지금 사람들이 AI를 보는 눈이 똑같습니다. 저는 그 과정을 한 번 겪어 봤습니다.
합치지 못한 경험이 이번에 그대로 쓰였습니다
2004년에 제가 다니던 국내 은행과 외국계 은행의 서울지점이 합쳐졌습니다. 그런데 전산은 끝내 합치지 못했습니다.
국내 은행 쪽 전산은 한국에 독립적으로 있었고, 외국계 은행 서울지점의 전산은 해외 지역본부에 있었습니다. 통합을 논의했지만 각종 금융 규제 때문에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원장은 국내 전산을 그대로 쓰고, 외국계 은행의 독창적인 서비스는 해외 것을 그대로 쓰는 듀얼 체제로 갔습니다.
그때 배운 것이 이것입니다. 합치는 것이 늘 답은 아닙니다. 못 합치면 둘을 같이 쓰되, 어느 쪽 것인지를 한 번도 틀리지 않게 만들면 됩니다.
이번 회사도 두 회사를 같이 씁니다. 장부가 둘이고 거래처 코드와 품목 코드와 계정과목 코드가 회사마다 다릅니다. 같은 번호가 양쪽에서 다른 것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합칠 수 없습니다. 별개 법인이기 때문입니다. 규제 때문에 못 합쳤던 22년 전과 사정이 비슷합니다.
그래서 통합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 주문을 어느 회사가 발행하는지를 먼저 정하게 하고, 모든 코드를 그 회사 것에서만 꺼내게 했습니다.
그래도 넉 달 동안 같은 종류의 사고가 네 번 났습니다. 엉뚱한 업체의 서류가 나갈 뻔했습니다. 네 번째에야 전수로 뒤졌고, 그제서야 규칙을 박았습니다. 후보가 둘 이상이면 고르지 말고 빈칸으로 두고 사람에게 물으라는 규칙입니다.
22년 전에는 수백 명이 몇 년에 걸쳐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이번에는 혼자 넉 달 만에 같은 결론에 닿았습니다.
돌아보니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 본부에서 제가 다루던 것은 기업의 주문과 결제와 입출금과 서류가 어떤 순서로 흐르는가였습니다. 이번에 만든 것은 중소기업의 주문, 출고, 전표, 통장, 장부입니다.
같은 일입니다. 회사 규모만 바뀌었습니다. 대기업에는 그 길을 깔아 주는 은행과 시스템이 있는데 중소기업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손으로 메우고, 그 사람이 나가면 길이 끊깁니다.
그리고 제가 그 23년 동안 한 일은 프로그램 코드를 짜는 게 아니었습니다. 현업이 원하는 것을 개발자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옮기는 일이었습니다. 이 경우엔 어떻게 되는가, 저 경우엔 또 어떻게 되는가. 예외를 빠짐없이 적어 주고 말로 설명하는 일입니다. 특히 금융은 예외 하나를 빠뜨리면 사고가 나는 동네라 정말 치열하게 정리하고 설명하고 다시 검증하고 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코딩도 못하고 코드를 볼 줄도 모릅니다. 그런데 넉 달을 해 보고 알았습니다. AI에게 지시하는 일은 개발자에게 요구사항을 설명하는 일과 똑같았습니다. 다른 점은 하나였습니다. AI는 몇 번을 다시 물어도 짜증을 내지 않으며, 범위를 정해 주면 정말 이해를 잘하고, 나에게 왜 그렇게 했는지를 아주 초등학생 버전으로 비유를 들어 가면서 쉽게 설명해 줍니다. 이른바 AI 업체들이 얘기하는 도메인 엑스퍼트란 결국 AI의 모든 사용법을 잘 파악해서 가르치는 유투버나 IT 전문가가 아니라 자신(인간)만이 가진 오랜 경험을 AI에 녹여서 내가 하고 싶었던것들을 마음껏 구현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닳았습니다. 즉 누구든지 도메인 엑스퍼트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표님을 한 달 설득했습니다. 중소기업이 개발자를 뽑자는 게 아니라, 제가 AI에게 우리 회사 규칙을 가르쳐서 직원 없이도 회사가 돌아가는 것을 보여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처음엔 안 믿으셨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열렬한 사용자이십니다.
② 어떤 AI를 어떻게 활용했나요?
도구는 역할을 나눠 썼습니다. 만드는 일은 클로드 코드가 맡고, 설계 단계나 기능을 새로 낼 때는 클로드 코윅과 채팅으로 아이디어를 상의했습니다. 그리고 나온 결과물은 챗GPT와 제미나이에 따로 넣어 교차로 검증했습니다. 한 도구만 믿지 않는 것도 넉 달 동안 배운 것입니다.
중요한 건 도구가 아니라 쓰는 방식이었습니다. 우리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회사가 일하는 방식을 가르쳤습니다.
2026년 5월부터 넉 달간 클로드 코드와 코윅으로 구성된 AI 에이전트와 1,282번 주고받았습니다. 주문 받는 법, 거래처를 찾는 법, 전표를 만드는 법. 20년간 사람 머릿속에 있던 것을 말로 옮기고, AI가 그것을 문서와 코드로 받아 적게 했습니다.
역할도 나눴습니다. 업무 로직은 코딩 에이전트가 맡고, 화면과 디자인은 다른 도구가 맡되 서로 침범하지 못하게 규칙을 걸었습니다. 그래야 화면을 예쁘게 고치다가 어렵게 확정한 업무 규칙이 조용히 바뀌는 일이 없습니다.
③ 활용 결과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주문 한 건을 받으면 전에는 카톡이나 전화로 받아 적고, 엑셀에 옮기고, 회계 프로그램에 다시 쳤습니다. 손으로 세 번입니다. 지금은 한 번 입력하면 회계에 올릴 파일까지 만들어집니다. 이것 역시 API가 되는 프로그램인 경우 바로 전달도 가능하지만, 저희 회사가 쓰는 무시무시하게 어렵고 자기들만의 리그인 이 프로그램은 API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엑셀 파일로 생성해서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일단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거래처와 품목 코드는 손으로 찾아 맞추던 것이 자동으로 바뀌었습니다. 확실하게 컨펌된 거래처나 품목 코드가 아니거나 애매하면 AI 에이전트가 사람에게 판단을 맡겨서, 컨펌해 주면 다시 자동화되는 구조를 병행했습니다.
아울러 거래명세표와 공문은 양식을 띄워 한 건씩 채우던 것이 버튼 한 번이 됐습니다. 통장 내역은 눈으로 보며 수금과 경비와 지급으로 나누던 것을, 지금은 거래내역만 올리면 세 갈래로 갈라 주며 자동으로 엑셀 파일로 업로드할 수 있게 생성해 줍니다.
회계를 몰라도 과거 20년 거래 형태를 AI 에이전트가 모두 기억하기 때문에, 해당 업무 관례대로 분류 처리해서 사람에게 최종 컨펌을 받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컨펌이란 회계 계정과목 같은 복잡한 것이 아니라 혹시 생길 수 있는 거래처 이름 등의 오류였고, 이 또한 초기 서비스 실시에 에러가 있는지 체크할 목적으로 실행했습니다. 단 한 건도 없게 된 지금은 그냥 돌리며 교차 체크 등을 통해서 오류 발생 시에는 AI가 이상 여부를 알려 주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크게 바뀐 것은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을 때입니다. 전에는 그 일이 멈췄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어느 PC에서나 합니다.
업무 규칙은 사람 머릿속에 있던 20년치가 문서로 나왔고, 거기에 자동 검사 344개가 붙었습니다. 개발 비용은 외주 견적 수천만 원에서 AI 구독료인 월 몇 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넉 달, 화면 58개, 사용자 26명, 개발자 0명, 외주 0원입니다.
지금 이 프로그램은 현장 직원도 모두 씁니다. 설치할 것이 없고 카톡에서 링크를 눌러 들어오면 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을 안 쓰는 분들을 쓰게 만들려면 기능보다 들어오는 문턱을 낮추는 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가장 큰 변화는 기능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④ 나만의 방식 또는 개선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처음 두 달은 몇 번의 사고가 났습니다. AI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제가 지시하는 법을 몰라서였습니다. 터질 때마다 규칙을 만들었고, 그 규칙이 이 시스템의 진짜 내용입니다.
첫째, 고쳤냐고 묻지 않고 몇 곳이냐고 묻습니다.
AI는 신고받은 자리만 고칩니다. 같은 사고가 네 번 재발하고서야 알았습니다. 그래서 보고 형식을 바꿨습니다. 고쳤다는 말 대신, 같은 방식으로 된 자리가 전부 몇 곳이고 전부 고쳐서 남은 곳이 0이라는 보고를 받습니다.
둘째, 다시는 안 생긴다는 말을 검사로 받습니다.
앞으로 주의하겠다는 말은 아무것도 막지 못합니다. 사람도 AI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고칠 때마다 그 사고를 되돌리면 배포가 멈추는 검사를 같이 만들게 했습니다. 검사 문장이 158개에서 344개로 늘었고, 내보내기 전에 거치는 관문이 11단계가 됐습니다. AI의 기억이 아니라 검사가 규칙을 지킵니다. 검사에 없는 원칙은 아직 원칙이 아닙니다.
셋째, 판단은 사람이 하고 전수조사는 AI가 합니다.
AI는 애매하면 그럴듯한 값을 채웁니다. 그게 사고의 뿌리였습니다. 그래서 후보가 둘 이상이면 고르지 말고 빈칸으로 두고 사람에게 물으라는 규칙을 최상위에 박았습니다. 빈칸은 사람이 몇 초면 채웁니다. 잘못 채워진 칸은 몇 달 뒤에 사고로 돌아옵니다.
넷째, 빠른 길을 금지하는 행동 서열을 만들었습니다.
AI는 지름길을 잘 찾습니다. 그게 임시방편으로 쌓이면 나중에 무너집니다. 그래서 작업 순서에 서열을 두고, 서열과 충돌하는 빠른 방법이 떠오르면 그것이 바로 우회이니 멈추라고 적어 두었습니다.
실제 장면을 하나 들겠습니다. 주문이 가끔 사라진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원인은 보냈습니다라는 안내를 서버 확인 전에 띄운 것이었습니다. 직원은 성공한 줄 아는데 실제로는 안 들어간 겁니다. 확인을 기다리게 고쳤더니 이제는 다음 날 주문이 두 개씩 들어오는 오류가 생겼습니다. 기다리는 2~3초 동안 화면이 아무 반응이 없으니 안 먹은 줄 알고 현장 영업사원들이 버튼을 한 번 더 누른 것입니다. 결국 화면에서도 막고 서버에서도 막았습니다. 여기서 규칙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사람을 기다리게 만드는 변경을 했으면 기다리는 동안의 화면을 반드시 같이 설계해야 한다고 규칙을 명시했습니다.
⑤ 다른 사람도 따라 할 수 있나요?
따라 하실 수 있습니다. 그게 이 사례의 핵심입니다.
우리가 만든 것은 특정 회계 프로그램 전용이 아닙니다. 구조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놓았기 때문입니다. 맨 위는 현장에서 일하는 방식입니다. 회사마다 다르고, 여기를 AI에게 먼저 가르칩니다. 가운데는 업무 규칙과 검사와 관문입니다. 여기는 어느 회사나 비슷해서 표준화가 됩니다. 맨 아래가 장부로 내보내는 부분인데, 회사마다 갈아 끼워야 하는 자리는 여기뿐입니다.
세무사와 연계된 그 회계 프로그램을 쓰는 회사라면 그 프로그램이 받는 양식대로 파일을 만들어 올리면 됩니다. 우리가 한 방식입니다. 다른 ERP나 회계 프로그램을 쓴다면 내보내는 부분만 그 양식에 맞춰 새로 만들면 되고, API 제공이 가능한 프로그램이라면 엑셀 업로드 없이 자동으로 반영시킬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안 쓰는 회사라면 내보내지 않고 AI 프로그램에서 실행한 뒤 자체적으로 장부를 만들어서 사용하면 되고, 향후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면 해당 데이터를 업로드하면 됩니다.
중소기업이 외주에 돈을 쓰는 이유의 대부분은 앞의 두 가지인데, 그건 AI에게 가르칠 수 있습니다.
소상공인이나 1인 사업자라면 더 쉽습니다. 규칙이 단순하기 때문입니다. 동네 가게라면 발주처별 단가와 마감일, 재고가 떨어지는 품목, 단골 주문 패턴을 가르치면 됩니다. 공방이나 소규모 제조라면 주문에서 제작과 출고까지의 단계와 자재 소요와 납기입니다. 학원이라면 등록과 결제와 출결, 학부모 안내입니다. 1인 사업자라면 세금계산서와 경비 정리, 매달 반복되는 서류입니다.
필요한 건 프로그램이 아니라 순서입니다. 업종마다 일하는 방식이 달라 완성품을 통째로 드릴 수는 없지만, 내 업무를 AI에게 가르치는 순서는 똑같습니다.
먼저 지금 손으로 하는 일 중에서 가장 자주, 가장 오래 걸리는 것 하나를 고릅니다. 그 일을 말로 끝까지 설명합니다. 예외까지 포함해서입니다. AI가 애매해하면 빈칸으로 두게 하고 추측해서 채우게 두지 않습니다. 틀릴 때마다 다시는 안 생기게 검사로 만들라고 시킵니다. 그 검사가 쌓인 것이 곧 그 가게의 시스템이 됩니다.
저는 이 순서를 설계서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사고가 날 때마다 왜 그 규칙이 생겼는지를 그 사고와 같이 적었습니다. 규칙만 주면 안 지킵니다. 다친 이야기와 같이 줘야 지킵니다. AI도 사람과 똑같았습니다.
끝으로 한마디 드리면, 중소기업이 AI로 못 만드는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지시하는 법입니다.
저는 지금도 코드를 못 씁니다. 제가 한 일은 은행에서 23년간 하던 그 일입니다. 현장이 일하는 방식을 말로 정확히 옮기고, 틀릴 때마다 규칙으로 잠갔습니다. 상대가 개발자에서 AI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그러니 이 일은 개발자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현장을 아는 사람, 예외를 아는 사람이 더 잘합니다. 중소기업에는 그런 분이 반드시 한 명은 계십니다.
직원 열 명짜리 회사에도, 가게 하나 하시는 분에게도 자기만의 일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외주에 설명하기엔 너무 길고 포기하기엔 너무 아깝습니다. AI는 그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만큼 시간이 많습니다. 필요한 건 잘 듣게 만드는 순서뿐입니다.
20년 근속 직원이 나가면서 회사가 멈출 뻔했습니다. 이제는 누가 나가도 회사가 돌아갑니다. 그게 이 넉 달의 답입니다.
연 매출 100억대, 직원 26명의 제조·유통 중소기업입니다.
회계는 20년 가까이 국내 중소기업이 가장 널리 쓰는 회계 프로그램을 써 왔습니다. 제품 이름은 적지 않겠습니다. 세무사 사무실과 자료를 주고받는 관례 때문에 선택의 여지 없이 쓰게 되는 그 프로그램입니다. 아마 짐작하실 겁니다.
나쁜 프로그램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만드는 쪽도 약점을 알아서 해가 갈수록 많이 자동화해 왔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어렵습니다. 성격상 어려울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입니다. 거래 하나하나를 분개로 쳐야 하니 차변과 대변을 알아야 하고, 거래처와 품목과 계정과목 코드를 외우거나 찾아야 합니다. 그 코드는 회사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경리 쪽에 오래 계신 분들도 이 프로그램을 정말 힘들게 배워서 사용하십니다. 그리고 배우고 나면 그분이 그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되다 보니 자부심과 고집도 강하시고, 그 프로그램을 쓰는 회사는 그들만의 리그가 됩니다.
우리 회사가 그랬습니다. 업무 규칙이 문서가 아니라 그분들 머릿속에 있었습니다. 우리 회사의 경우는 약 20년치가 그분들의 기억 속에만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 분이 퇴사하자 회사가 멈출 뻔했습니다. 인수인계가 문서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분들 잘못이 아닙니다. 20년을 성실히 일한 결과가 그렇게 쌓인 것이고, 문서로 만들어 두지 않은 건 회사입니다. 다만 한 사람이 나가면 멈추는 구조였던 것은 분명합니다.
문제점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직원 26명 가운데 책상에서 일하는 사람은 여섯 명 남짓입니다. 나머지는 현장에서 기계를 만지는 분들입니다. 업무용 이메일을 쓰지 않고, 사내 메신저도 없습니다. 연락은 전부 카카오톡으로 합니다. 대표님도 카톡 말고는 거의 쓰지 않으십니다.
놀라서 외주업체를 통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이른바 커스터마이징을 알아보니 견적이 수천만 원이었고, 더 큰 문제는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데만 몇 달이 걸린다는 점이었습니다. 설명해도 머릿속에 있는 20년치는 전달되지 않습니다. 중소기업이 전산화를 포기하는 지점이 대체로 이런 점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설명하는 일'을 23년 해 본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1993년에 은행에 들어가 2015년 말까지 23년을 일했습니다. 국내 시중은행에서 시작해(1993~2004), 외국계 은행 한국법인 A(2004~2012)를 거쳐, 외국계 은행 한국법인 B(2012~2015)에서 마쳤습니다.
기획부에서는 제도와 규칙을 설계했습니다. 영업점에서는 현장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배웠습니다. 인터넷뱅킹팀에서는 일반 고객이 쓰는 디지털 창구를 맡았고, 신사업추진팀에서는 없던 것을 만들고 기업 인터넷뱅킹의 기능 등을 기업들과 협의해서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외국계 은행에서 기업금융 거래서비스 본부의 부장을 거쳐 이사로 일했습니다. 그 부서는 외국계 은행들이 기업의 자금과 무역 거래를 관리해 주는 디지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곳이었습니다.
지금의 AI 혁명은 마치 2000년에 인터넷 혁명이 일어나 수없는 논쟁과 진화가 일어났던 시절과 너무 유사합니다. 처음엔 다들 "인터넷으로 어떻게 개선을 하느냐"고 했습니다. 지금 사람들이 AI를 보는 눈이 똑같습니다. 저는 그 과정을 한 번 겪어 봤습니다.
합치지 못한 경험이 이번에 그대로 쓰였습니다
2004년에 제가 다니던 국내 은행과 외국계 은행의 서울지점이 합쳐졌습니다. 그런데 전산은 끝내 합치지 못했습니다.
국내 은행 쪽 전산은 한국에 독립적으로 있었고, 외국계 은행 서울지점의 전산은 해외 지역본부에 있었습니다. 통합을 논의했지만 각종 금융 규제 때문에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원장은 국내 전산을 그대로 쓰고, 외국계 은행의 독창적인 서비스는 해외 것을 그대로 쓰는 듀얼 체제로 갔습니다.
그때 배운 것이 이것입니다. 합치는 것이 늘 답은 아닙니다. 못 합치면 둘을 같이 쓰되, 어느 쪽 것인지를 한 번도 틀리지 않게 만들면 됩니다.
이번 회사도 두 회사를 같이 씁니다. 장부가 둘이고 거래처 코드와 품목 코드와 계정과목 코드가 회사마다 다릅니다. 같은 번호가 양쪽에서 다른 것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합칠 수 없습니다. 별개 법인이기 때문입니다. 규제 때문에 못 합쳤던 22년 전과 사정이 비슷합니다.
그래서 통합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 주문을 어느 회사가 발행하는지를 먼저 정하게 하고, 모든 코드를 그 회사 것에서만 꺼내게 했습니다.
그래도 넉 달 동안 같은 종류의 사고가 네 번 났습니다. 엉뚱한 업체의 서류가 나갈 뻔했습니다. 네 번째에야 전수로 뒤졌고, 그제서야 규칙을 박았습니다. 후보가 둘 이상이면 고르지 말고 빈칸으로 두고 사람에게 물으라는 규칙입니다.
22년 전에는 수백 명이 몇 년에 걸쳐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이번에는 혼자 넉 달 만에 같은 결론에 닿았습니다.
돌아보니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 본부에서 제가 다루던 것은 기업의 주문과 결제와 입출금과 서류가 어떤 순서로 흐르는가였습니다. 이번에 만든 것은 중소기업의 주문, 출고, 전표, 통장, 장부입니다.
같은 일입니다. 회사 규모만 바뀌었습니다. 대기업에는 그 길을 깔아 주는 은행과 시스템이 있는데 중소기업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손으로 메우고, 그 사람이 나가면 길이 끊깁니다.
그리고 제가 그 23년 동안 한 일은 프로그램 코드를 짜는 게 아니었습니다. 현업이 원하는 것을 개발자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옮기는 일이었습니다. 이 경우엔 어떻게 되는가, 저 경우엔 또 어떻게 되는가. 예외를 빠짐없이 적어 주고 말로 설명하는 일입니다. 특히 금융은 예외 하나를 빠뜨리면 사고가 나는 동네라 정말 치열하게 정리하고 설명하고 다시 검증하고 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코딩도 못하고 코드를 볼 줄도 모릅니다. 그런데 넉 달을 해 보고 알았습니다. AI에게 지시하는 일은 개발자에게 요구사항을 설명하는 일과 똑같았습니다. 다른 점은 하나였습니다. AI는 몇 번을 다시 물어도 짜증을 내지 않으며, 범위를 정해 주면 정말 이해를 잘하고, 나에게 왜 그렇게 했는지를 아주 초등학생 버전으로 비유를 들어 가면서 쉽게 설명해 줍니다. 이른바 AI 업체들이 얘기하는 도메인 엑스퍼트란 결국 AI의 모든 사용법을 잘 파악해서 가르치는 유투버나 IT 전문가가 아니라 자신(인간)만이 가진 오랜 경험을 AI에 녹여서 내가 하고 싶었던것들을 마음껏 구현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닳았습니다. 즉 누구든지 도메인 엑스퍼트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표님을 한 달 설득했습니다. 중소기업이 개발자를 뽑자는 게 아니라, 제가 AI에게 우리 회사 규칙을 가르쳐서 직원 없이도 회사가 돌아가는 것을 보여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처음엔 안 믿으셨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열렬한 사용자이십니다.
② 어떤 AI를 어떻게 활용했나요?
도구는 역할을 나눠 썼습니다. 만드는 일은 클로드 코드가 맡고, 설계 단계나 기능을 새로 낼 때는 클로드 코윅과 채팅으로 아이디어를 상의했습니다. 그리고 나온 결과물은 챗GPT와 제미나이에 따로 넣어 교차로 검증했습니다. 한 도구만 믿지 않는 것도 넉 달 동안 배운 것입니다.
중요한 건 도구가 아니라 쓰는 방식이었습니다. 우리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회사가 일하는 방식을 가르쳤습니다.
2026년 5월부터 넉 달간 클로드 코드와 코윅으로 구성된 AI 에이전트와 1,282번 주고받았습니다. 주문 받는 법, 거래처를 찾는 법, 전표를 만드는 법. 20년간 사람 머릿속에 있던 것을 말로 옮기고, AI가 그것을 문서와 코드로 받아 적게 했습니다.
역할도 나눴습니다. 업무 로직은 코딩 에이전트가 맡고, 화면과 디자인은 다른 도구가 맡되 서로 침범하지 못하게 규칙을 걸었습니다. 그래야 화면을 예쁘게 고치다가 어렵게 확정한 업무 규칙이 조용히 바뀌는 일이 없습니다.
③ 활용 결과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주문 한 건을 받으면 전에는 카톡이나 전화로 받아 적고, 엑셀에 옮기고, 회계 프로그램에 다시 쳤습니다. 손으로 세 번입니다. 지금은 한 번 입력하면 회계에 올릴 파일까지 만들어집니다. 이것 역시 API가 되는 프로그램인 경우 바로 전달도 가능하지만, 저희 회사가 쓰는 무시무시하게 어렵고 자기들만의 리그인 이 프로그램은 API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엑셀 파일로 생성해서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일단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거래처와 품목 코드는 손으로 찾아 맞추던 것이 자동으로 바뀌었습니다. 확실하게 컨펌된 거래처나 품목 코드가 아니거나 애매하면 AI 에이전트가 사람에게 판단을 맡겨서, 컨펌해 주면 다시 자동화되는 구조를 병행했습니다.
아울러 거래명세표와 공문은 양식을 띄워 한 건씩 채우던 것이 버튼 한 번이 됐습니다. 통장 내역은 눈으로 보며 수금과 경비와 지급으로 나누던 것을, 지금은 거래내역만 올리면 세 갈래로 갈라 주며 자동으로 엑셀 파일로 업로드할 수 있게 생성해 줍니다.
회계를 몰라도 과거 20년 거래 형태를 AI 에이전트가 모두 기억하기 때문에, 해당 업무 관례대로 분류 처리해서 사람에게 최종 컨펌을 받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컨펌이란 회계 계정과목 같은 복잡한 것이 아니라 혹시 생길 수 있는 거래처 이름 등의 오류였고, 이 또한 초기 서비스 실시에 에러가 있는지 체크할 목적으로 실행했습니다. 단 한 건도 없게 된 지금은 그냥 돌리며 교차 체크 등을 통해서 오류 발생 시에는 AI가 이상 여부를 알려 주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크게 바뀐 것은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을 때입니다. 전에는 그 일이 멈췄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어느 PC에서나 합니다.
업무 규칙은 사람 머릿속에 있던 20년치가 문서로 나왔고, 거기에 자동 검사 344개가 붙었습니다. 개발 비용은 외주 견적 수천만 원에서 AI 구독료인 월 몇 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넉 달, 화면 58개, 사용자 26명, 개발자 0명, 외주 0원입니다.
지금 이 프로그램은 현장 직원도 모두 씁니다. 설치할 것이 없고 카톡에서 링크를 눌러 들어오면 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을 안 쓰는 분들을 쓰게 만들려면 기능보다 들어오는 문턱을 낮추는 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가장 큰 변화는 기능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④ 나만의 방식 또는 개선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처음 두 달은 몇 번의 사고가 났습니다. AI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제가 지시하는 법을 몰라서였습니다. 터질 때마다 규칙을 만들었고, 그 규칙이 이 시스템의 진짜 내용입니다.
첫째, 고쳤냐고 묻지 않고 몇 곳이냐고 묻습니다.
AI는 신고받은 자리만 고칩니다. 같은 사고가 네 번 재발하고서야 알았습니다. 그래서 보고 형식을 바꿨습니다. 고쳤다는 말 대신, 같은 방식으로 된 자리가 전부 몇 곳이고 전부 고쳐서 남은 곳이 0이라는 보고를 받습니다.
둘째, 다시는 안 생긴다는 말을 검사로 받습니다.
앞으로 주의하겠다는 말은 아무것도 막지 못합니다. 사람도 AI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고칠 때마다 그 사고를 되돌리면 배포가 멈추는 검사를 같이 만들게 했습니다. 검사 문장이 158개에서 344개로 늘었고, 내보내기 전에 거치는 관문이 11단계가 됐습니다. AI의 기억이 아니라 검사가 규칙을 지킵니다. 검사에 없는 원칙은 아직 원칙이 아닙니다.
셋째, 판단은 사람이 하고 전수조사는 AI가 합니다.
AI는 애매하면 그럴듯한 값을 채웁니다. 그게 사고의 뿌리였습니다. 그래서 후보가 둘 이상이면 고르지 말고 빈칸으로 두고 사람에게 물으라는 규칙을 최상위에 박았습니다. 빈칸은 사람이 몇 초면 채웁니다. 잘못 채워진 칸은 몇 달 뒤에 사고로 돌아옵니다.
넷째, 빠른 길을 금지하는 행동 서열을 만들었습니다.
AI는 지름길을 잘 찾습니다. 그게 임시방편으로 쌓이면 나중에 무너집니다. 그래서 작업 순서에 서열을 두고, 서열과 충돌하는 빠른 방법이 떠오르면 그것이 바로 우회이니 멈추라고 적어 두었습니다.
실제 장면을 하나 들겠습니다. 주문이 가끔 사라진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원인은 보냈습니다라는 안내를 서버 확인 전에 띄운 것이었습니다. 직원은 성공한 줄 아는데 실제로는 안 들어간 겁니다. 확인을 기다리게 고쳤더니 이제는 다음 날 주문이 두 개씩 들어오는 오류가 생겼습니다. 기다리는 2~3초 동안 화면이 아무 반응이 없으니 안 먹은 줄 알고 현장 영업사원들이 버튼을 한 번 더 누른 것입니다. 결국 화면에서도 막고 서버에서도 막았습니다. 여기서 규칙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사람을 기다리게 만드는 변경을 했으면 기다리는 동안의 화면을 반드시 같이 설계해야 한다고 규칙을 명시했습니다.
⑤ 다른 사람도 따라 할 수 있나요?
따라 하실 수 있습니다. 그게 이 사례의 핵심입니다.
우리가 만든 것은 특정 회계 프로그램 전용이 아닙니다. 구조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놓았기 때문입니다. 맨 위는 현장에서 일하는 방식입니다. 회사마다 다르고, 여기를 AI에게 먼저 가르칩니다. 가운데는 업무 규칙과 검사와 관문입니다. 여기는 어느 회사나 비슷해서 표준화가 됩니다. 맨 아래가 장부로 내보내는 부분인데, 회사마다 갈아 끼워야 하는 자리는 여기뿐입니다.
세무사와 연계된 그 회계 프로그램을 쓰는 회사라면 그 프로그램이 받는 양식대로 파일을 만들어 올리면 됩니다. 우리가 한 방식입니다. 다른 ERP나 회계 프로그램을 쓴다면 내보내는 부분만 그 양식에 맞춰 새로 만들면 되고, API 제공이 가능한 프로그램이라면 엑셀 업로드 없이 자동으로 반영시킬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안 쓰는 회사라면 내보내지 않고 AI 프로그램에서 실행한 뒤 자체적으로 장부를 만들어서 사용하면 되고, 향후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면 해당 데이터를 업로드하면 됩니다.
중소기업이 외주에 돈을 쓰는 이유의 대부분은 앞의 두 가지인데, 그건 AI에게 가르칠 수 있습니다.
소상공인이나 1인 사업자라면 더 쉽습니다. 규칙이 단순하기 때문입니다. 동네 가게라면 발주처별 단가와 마감일, 재고가 떨어지는 품목, 단골 주문 패턴을 가르치면 됩니다. 공방이나 소규모 제조라면 주문에서 제작과 출고까지의 단계와 자재 소요와 납기입니다. 학원이라면 등록과 결제와 출결, 학부모 안내입니다. 1인 사업자라면 세금계산서와 경비 정리, 매달 반복되는 서류입니다.
필요한 건 프로그램이 아니라 순서입니다. 업종마다 일하는 방식이 달라 완성품을 통째로 드릴 수는 없지만, 내 업무를 AI에게 가르치는 순서는 똑같습니다.
먼저 지금 손으로 하는 일 중에서 가장 자주, 가장 오래 걸리는 것 하나를 고릅니다. 그 일을 말로 끝까지 설명합니다. 예외까지 포함해서입니다. AI가 애매해하면 빈칸으로 두게 하고 추측해서 채우게 두지 않습니다. 틀릴 때마다 다시는 안 생기게 검사로 만들라고 시킵니다. 그 검사가 쌓인 것이 곧 그 가게의 시스템이 됩니다.
저는 이 순서를 설계서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사고가 날 때마다 왜 그 규칙이 생겼는지를 그 사고와 같이 적었습니다. 규칙만 주면 안 지킵니다. 다친 이야기와 같이 줘야 지킵니다. AI도 사람과 똑같았습니다.
끝으로 한마디 드리면, 중소기업이 AI로 못 만드는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지시하는 법입니다.
저는 지금도 코드를 못 씁니다. 제가 한 일은 은행에서 23년간 하던 그 일입니다. 현장이 일하는 방식을 말로 정확히 옮기고, 틀릴 때마다 규칙으로 잠갔습니다. 상대가 개발자에서 AI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그러니 이 일은 개발자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현장을 아는 사람, 예외를 아는 사람이 더 잘합니다. 중소기업에는 그런 분이 반드시 한 명은 계십니다.
직원 열 명짜리 회사에도, 가게 하나 하시는 분에게도 자기만의 일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외주에 설명하기엔 너무 길고 포기하기엔 너무 아깝습니다. AI는 그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만큼 시간이 많습니다. 필요한 건 잘 듣게 만드는 순서뿐입니다.
20년 근속 직원이 나가면서 회사가 멈출 뻔했습니다. 이제는 누가 나가도 회사가 돌아갑니다. 그게 이 넉 달의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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