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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생산성 개선을 위한 AI 활용
AI가 지어낸 근거를, AI로 잡는다 — 출처 없는 문장은 제출 자체가 막히도록 만든 자동 검증 게이트
AI로 만든 자료에 실재하지 않는 근거가 잔뜩 섞여 나갈 뻔한 사고를 겪고, 사건번호·고시번호·출처처럼 확인 가능한 식별자가 없는 문장은 제출 자체가 막히게 하는 자동 검사기를 만들었다. AI로 빨리 쓰는 방법이 아니라, AI가 쓴 것을 의심하는 방법이다.
🤖 활용 AI 도구
ChatGPT, Claude, Gemini — 초안 작성에 쓰되, 한 모델이 쓴 글은 반드시 다른 계열 모델이 검토하게 했다. 같은 모델이 자기 결과를 검토하면 같은 사각지대를 그대로 물려받기 때문이다. 여기에 직접 만든 파이썬 검사기(836줄)를 붙여, 근거 식별자가 없는 문장은 사람의 판단 이전에 기계가 먼저 막도록 했다. 원문 대조는 국가법령정보센터 공개 API를 쓴다.
1. 어떤 상황에서 AI를 활용했나요?
나는 복지 현장에서 일하면서 책과 강의자료, 업무 문서를 쓴다. 글의 상당 부분이 법령과 판례, 통계를 근거로 삼는다. 그래서 몇 해 전부터 초안 작성에 생성형 AI를 쓰기 시작했다. 속도는 확실히 빨라졌다.
문제가 터진 날은 2026년 7월 13일이다.
외부에 보낼 안내 자료를 마지막으로 훑어보다가 인용된 법조항 하나가 눈에 걸렸다. 조문 번호와 조문 제목이 내가 아는 것과 달랐다. 원문을 찾아보니 그 조문은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한 개가 아니었다. 뒤져보니 조문 넷이 실재하지 않는 내용으로 붙어 있었다. 판례 손해배상액에는 근거가 없었고, 평가지표 스물여덟 행과 사례 열 건, 심지어 "도입한 곳의 개선 효과"까지 전부 지어낸 것이었다. 정부 문서 이름 하나가 인용돼 있었는데, 그런 이름의 문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가장 무서웠던 건 따로 있다.
문장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다.
틀린 코드는 실행하면 에러가 난다. 그런데 틀린 사실은 아무 신호도 내지 않는다. 오히려 근거를 댄 문장이라 더 믿음직스럽게 읽힌다. 그날 내가 우연히 한 줄을 의심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나갔을 것이다.
그 자리에서 정한 게 있다. 다시는 "앞으로 조심하겠다"로 끝내지 않는다. 사람의 주의력은 반복되는 일에서 반드시 뚫린다. 나는 이미 여러 번 뚫렸다.
2. 어떤 AI를 어떻게 활용했나요?
AI를 두 방향으로 나눠 쓴다. 쓰는 AI와 의심하는 AI다.
쓰는 쪽은 흔한 방식이다. ChatGPT, Claude, Gemini로 초안을 만든다.
의심하는 쪽이 이 사례의 본론이다. 넷을 만들었다.
하나. 식별자 게이트.
파이썬으로 검사기를 짰다(836줄). 원리는 단순하다. "확인 가능한 식별자가 붙어 있는가"만 본다.
[주장 유형 / 없으면 막는 것]
· 판례 → 사건번호(법원·선고일)
· 법령 조문 → 원문을 대조했다는 표시
· 고시·지침 → 고시번호·발령기관·시행일
· 통계 → 문서명·연도·페이지
· 제품·사업 성과 → 실제 측정 데이터
식별자가 없으면 문서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 검사기가 0이 아닌 종료 코드를 내고 멈춘다.
여기에 하나를 더 붙였다. 과거에 실제로 지어냈던 값을 목록에 등록해 둔다. 같은 금액, 같은 조문, 같은 문서 이름이 다시 나타나면 즉시 빨간불이 켜진다. 한 번 속은 거짓말은 두 번 통하지 않게 만드는 장치다.
둘. 정직한 미확인은 통과시킨다.
이게 중요하다. 근거를 못 대는 주장을 전부 막아버리면, 쓰는 사람은 결국 그럴듯한 근거를 지어내게 된다. 그래서 [확인 필요]라고 표시한 문장은 위반이 아니라 통과로 처리한다.
내가 지어낸 그럴듯한 조항보다, 정직하게 비워둔 자리가 백 배 낫다.
셋. 다른 계열 모델의 눈.
한 모델이 쓴 글을 같은 모델에게 검토시키면 같은 사각지대를 그대로 물려받는다. 그래서 작성과 검토의 모델 계열을 반드시 다르게 했다.
넷. 각주가 주장을 지지하는지 본다.
식별자 게이트는 각주가 "붙어 있는가"만 본다. 그런데 각주가 달려 있어도 그 각주가 그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각주에 적힌 근거 원문을 뽑아 주장 옆에 나란히 놓고 사람이 판단하게 하는 검사를 따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 검사를 내 의지에 맡기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설계는 이거다. 검사를 돌릴지 말지를 내가 결정하게 두지 않았다. 작업을 마치고 보고하려는 순간 자동으로 차단된다. 통과하는 길은 둘뿐이다. 검사를 돌리거나, 왜 건너뛰는지 사유를 남기거나.
규칙을 문서로 적어두는 것만으로는 안 지켜진다는 걸 겪어봤기 때문이다.
3. 활용 결과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수치부터. 내 작업 기록을 집계했다. 2026년 7월 28일부터 오늘(9월 15일)까지 49일 동안, 파일 1,284개에 교차검수가 4,923회 돌았다. 여기서 1회는 파일 하나를 한 번 검토한 것을 말한다. 그중 1,913회에서 지적이 나왔다.
다만 이 숫자를 "오류 1,913건을 잡았다"고 읽으면 안 된다. 지적의 상당수는 오탐이었다. 검수 결과도 그대로 믿지 않고 원문과 대조해 사실인 것만 반영했다. 검사기를 믿는 것과 검사기를 쓰는 것은 다르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한 번 걸렸다.
방금 그 문단에 나는 처음에 "8,514회"라고 적었다. 검수를 걸었더니 "그 숫자가 검수 횟수인지 문서 수인지 불분명하다, 로그와 대조하라"는 지적이 돌아왔다. 대조해 보니 그 숫자에는 사유를 적고 건너뛴 3,595회가 섞여 있었다. 실제로 검토가 이뤄진 건 4,923회다.
내 시스템 이야기를 쓰면서 내 시스템의 숫자를 틀린 것이다. 그리고 그걸 내가 아니라 검수가 잡았다. 이 사례가 왜 필요한지를 이보다 잘 보여주는 장면이 없어서 지우지 않고 남긴다.
실제로 잡힌 것들 가운데 셋만 적는다.
하나. AI가 만든 "검토 보고서"가 틀렸다.
개정판 원고를 고치려고 AI에게 검토를 맡겼다. 그 검토안이 지시한 두 가지를 그대로 반영했는데, 나중에 보니 둘 다 틀렸다.
· 어떤 숫자를 "피해자 수"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사례 건수였다
· 어떤 비율을 국내 연구기관의 연구 결과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해외 연구팀의 메타분석이었다
두 번째가 특히 위험하다. 실존하는 기관에, 그 기관이 내지 않은 결과를 붙인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계열 모델이 이 둘을 잡아냈다.
여기서 배운 게 있다. AI가 만든 검토 문서를 '지시서'로 믿으면, 그 오류가 그대로 산출물에 박힌다. 검토안이 제시한 수치와 출처도 원문으로 확인한 뒤에 반영해야 한다.
둘. 각주 대조로 셋.
완성해서 표절 검사까지 마친 원고에서 세 건이 더 나왔다.
· 각주가 뒷받침하지 못하는 주장
· 낡은 판본을 근거로 단 서술 — 새 판본이 같은 폴더에 들어와 있었는데도 놓쳤다
· 다른 조항의 요건을 가져다 쓴 서술
셋. 사람이 둘.
그 분야 현직 실무자 한 분께 통독을 부탁했더니 반나절 만에 두 건을 잡았다. 그중 하나는 같은 날 돌린 AI 전수 검수도 못 잡은 것이었다.
기계가 원리적으로 못 잡는 게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숫자가 아니다.
이 글에도 조문 번호가 하나도 없다. 쓸 수 있었지만 쓰지 않았다. 원문을 대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전의 나라면 기억에 의존해 조문 번호를 적었을 것이다. 지금은 대조하지 않은 번호는 쓰지 않는다. 글이 조금 덜 그럴듯해 보이는 대신, 틀리지 않는다.
4. 나만의 방식 또는 개선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AI 활용법을 다루는 글은 대부분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더 잘 쓰게 할까"를 말한다. 나는 반대쪽을 팠다. "AI가 쓴 것을 어떻게 의심할까."
세 가지가 내 방식이다.
하나. 부탁하지 말고 막는다.
지시문에 "지어내지 마라"고 아무리 써도 지어낸다. 부탁은 지켜질 때도 있고 안 지켜질 때도 있는데, 안 지켜졌을 때 아무 신호가 없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부탁을 그만두고 뒤에서 기계로 거르는 구조로 바꿨다.
둘. 검수 횟수를 세지 말고 종류를 센다.
"열 번 검수했다"는 안전의 근거가 못 된다. 같은 도구로 열 번 보면 사각지대도 열 번 똑같다. 세어야 할 것은 회차가 아니라 서로 다른 종류의 눈이다. 기계 검사, 다른 계열 모델, 사람 — 셋은 서로 다른 것을 잡는다. 하나로 나머지 둘을 대신할 수 없다.
셋.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쓸 자리를 만든다.
"확인 필요"를 실패로 취급하면 사람은 결국 지어낸다. 정직한 미확인이 통과되는 길을 열어둬야 한다.
한계도 적는다.
· 이 검사기는 "확인 가능한 형태인가"만 본다. 식별자가 붙어 있어도 그 식별자 자체가 가짜일 수 있다. 실재 확인은 법령 원문 대조로 따로 한다.
· 정규식으로 자유로운 한국어를 완벽히 막을 수는 없다. 이건 부주의한 날조를 잡는 1차 필터지 최종 방어선이 아니다.
· 최종 방어선은 여전히 사람이다. 위의 "현직 실무자가 잡은 한 건"이 그 증거다.
이 한계를 적어두는 것까지가 이 사례의 일부다. 도구가 완벽하다고 믿는 순간, 도구를 쓰기 전보다 위험해진다.
5. 다른 사람도 따라 할 수 있나요?
프로그램 없이도 오늘 당장 할 수 있다. 내가 만든 건 아래 세 가지를 자동화한 것뿐이다.
첫째. 금지 목록이 아니라 '필수 식별자 목록'을 만든다.
"거짓말하지 마"는 검사할 수 없다. 대신 이렇게 바꾼다.
[이런 주장을 쓸 때는 / 이게 없으면 쓰지 않는다]
· 판례를 인용할 때 → 사건번호
· 법 조문을 인용할 때 → 원문을 직접 본 기록
· 정부 지침·고시를 인용할 때 → 고시번호·시행일
· 통계·수치를 쓸 때 → 문서명·연도·페이지
· 효과·성과를 말할 때 → 측정한 데이터
이 표를 메모장에 붙여놓고 문서를 보내기 전에 한 번 훑는 것만으로도 상당수가 걸린다.
둘째. 지어낸 게 발견되면 그 값을 적어둔다.
그냥 고치고 넘어가면 같은 게 또 나온다. 틀린 금액, 틀린 조문 번호, 없는 문서 이름을 목록에 적어두면, 다음에 그 값이 또 나타났을 때 한눈에 알아본다.
셋째. 마지막 검토는 반드시 다른 도구나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
같은 AI에게 "다시 검토해줘"라고 하는 건 검토가 아니다. 무료로 쓸 수 있는 AI가 여럿이니 서로 다른 것을 쓰면 된다. 제일 나은 건 그 분야를 아는 사람에게 한 번 읽어달라고 부탁하는 쪽이다.
어디에 쓸 수 있나.
근거를 대야 하는 모든 문서다. 공문, 보고서, 제안서, 보도자료, 논문, 강의자료, 상품 안내 자료. 법령이나 통계를 한 줄이라도 인용한다면 전부 해당한다.
특히 공공기관과 전문직에서 급하다. 이쪽 문서는 한 번 나가면 회수가 안 되고, 틀린 걸 아무도 지적하지 않으면 그게 사실이 되어 버린다.
맺으며
그날 사고가 난 건 AI를 썼기 때문이 아니다. AI가 쓴 것을 내가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매일 AI로 글을 쓴다. 다만 믿어서 쓰는 게 아니라, 믿지 않고 검사하는 절차를 만들어서 쓴다.
코드는 틀리면 에러가 난다. 사실은 틀려도 아무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소리를 직접 만들어 달았다.
나는 복지 현장에서 일하면서 책과 강의자료, 업무 문서를 쓴다. 글의 상당 부분이 법령과 판례, 통계를 근거로 삼는다. 그래서 몇 해 전부터 초안 작성에 생성형 AI를 쓰기 시작했다. 속도는 확실히 빨라졌다.
문제가 터진 날은 2026년 7월 13일이다.
외부에 보낼 안내 자료를 마지막으로 훑어보다가 인용된 법조항 하나가 눈에 걸렸다. 조문 번호와 조문 제목이 내가 아는 것과 달랐다. 원문을 찾아보니 그 조문은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한 개가 아니었다. 뒤져보니 조문 넷이 실재하지 않는 내용으로 붙어 있었다. 판례 손해배상액에는 근거가 없었고, 평가지표 스물여덟 행과 사례 열 건, 심지어 "도입한 곳의 개선 효과"까지 전부 지어낸 것이었다. 정부 문서 이름 하나가 인용돼 있었는데, 그런 이름의 문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가장 무서웠던 건 따로 있다.
문장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다.
틀린 코드는 실행하면 에러가 난다. 그런데 틀린 사실은 아무 신호도 내지 않는다. 오히려 근거를 댄 문장이라 더 믿음직스럽게 읽힌다. 그날 내가 우연히 한 줄을 의심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나갔을 것이다.
그 자리에서 정한 게 있다. 다시는 "앞으로 조심하겠다"로 끝내지 않는다. 사람의 주의력은 반복되는 일에서 반드시 뚫린다. 나는 이미 여러 번 뚫렸다.
2. 어떤 AI를 어떻게 활용했나요?
AI를 두 방향으로 나눠 쓴다. 쓰는 AI와 의심하는 AI다.
쓰는 쪽은 흔한 방식이다. ChatGPT, Claude, Gemini로 초안을 만든다.
의심하는 쪽이 이 사례의 본론이다. 넷을 만들었다.
하나. 식별자 게이트.
파이썬으로 검사기를 짰다(836줄). 원리는 단순하다. "확인 가능한 식별자가 붙어 있는가"만 본다.
[주장 유형 / 없으면 막는 것]
· 판례 → 사건번호(법원·선고일)
· 법령 조문 → 원문을 대조했다는 표시
· 고시·지침 → 고시번호·발령기관·시행일
· 통계 → 문서명·연도·페이지
· 제품·사업 성과 → 실제 측정 데이터
식별자가 없으면 문서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 검사기가 0이 아닌 종료 코드를 내고 멈춘다.
여기에 하나를 더 붙였다. 과거에 실제로 지어냈던 값을 목록에 등록해 둔다. 같은 금액, 같은 조문, 같은 문서 이름이 다시 나타나면 즉시 빨간불이 켜진다. 한 번 속은 거짓말은 두 번 통하지 않게 만드는 장치다.
둘. 정직한 미확인은 통과시킨다.
이게 중요하다. 근거를 못 대는 주장을 전부 막아버리면, 쓰는 사람은 결국 그럴듯한 근거를 지어내게 된다. 그래서 [확인 필요]라고 표시한 문장은 위반이 아니라 통과로 처리한다.
내가 지어낸 그럴듯한 조항보다, 정직하게 비워둔 자리가 백 배 낫다.
셋. 다른 계열 모델의 눈.
한 모델이 쓴 글을 같은 모델에게 검토시키면 같은 사각지대를 그대로 물려받는다. 그래서 작성과 검토의 모델 계열을 반드시 다르게 했다.
넷. 각주가 주장을 지지하는지 본다.
식별자 게이트는 각주가 "붙어 있는가"만 본다. 그런데 각주가 달려 있어도 그 각주가 그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각주에 적힌 근거 원문을 뽑아 주장 옆에 나란히 놓고 사람이 판단하게 하는 검사를 따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 검사를 내 의지에 맡기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설계는 이거다. 검사를 돌릴지 말지를 내가 결정하게 두지 않았다. 작업을 마치고 보고하려는 순간 자동으로 차단된다. 통과하는 길은 둘뿐이다. 검사를 돌리거나, 왜 건너뛰는지 사유를 남기거나.
규칙을 문서로 적어두는 것만으로는 안 지켜진다는 걸 겪어봤기 때문이다.
3. 활용 결과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수치부터. 내 작업 기록을 집계했다. 2026년 7월 28일부터 오늘(9월 15일)까지 49일 동안, 파일 1,284개에 교차검수가 4,923회 돌았다. 여기서 1회는 파일 하나를 한 번 검토한 것을 말한다. 그중 1,913회에서 지적이 나왔다.
다만 이 숫자를 "오류 1,913건을 잡았다"고 읽으면 안 된다. 지적의 상당수는 오탐이었다. 검수 결과도 그대로 믿지 않고 원문과 대조해 사실인 것만 반영했다. 검사기를 믿는 것과 검사기를 쓰는 것은 다르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한 번 걸렸다.
방금 그 문단에 나는 처음에 "8,514회"라고 적었다. 검수를 걸었더니 "그 숫자가 검수 횟수인지 문서 수인지 불분명하다, 로그와 대조하라"는 지적이 돌아왔다. 대조해 보니 그 숫자에는 사유를 적고 건너뛴 3,595회가 섞여 있었다. 실제로 검토가 이뤄진 건 4,923회다.
내 시스템 이야기를 쓰면서 내 시스템의 숫자를 틀린 것이다. 그리고 그걸 내가 아니라 검수가 잡았다. 이 사례가 왜 필요한지를 이보다 잘 보여주는 장면이 없어서 지우지 않고 남긴다.
실제로 잡힌 것들 가운데 셋만 적는다.
하나. AI가 만든 "검토 보고서"가 틀렸다.
개정판 원고를 고치려고 AI에게 검토를 맡겼다. 그 검토안이 지시한 두 가지를 그대로 반영했는데, 나중에 보니 둘 다 틀렸다.
· 어떤 숫자를 "피해자 수"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사례 건수였다
· 어떤 비율을 국내 연구기관의 연구 결과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해외 연구팀의 메타분석이었다
두 번째가 특히 위험하다. 실존하는 기관에, 그 기관이 내지 않은 결과를 붙인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계열 모델이 이 둘을 잡아냈다.
여기서 배운 게 있다. AI가 만든 검토 문서를 '지시서'로 믿으면, 그 오류가 그대로 산출물에 박힌다. 검토안이 제시한 수치와 출처도 원문으로 확인한 뒤에 반영해야 한다.
둘. 각주 대조로 셋.
완성해서 표절 검사까지 마친 원고에서 세 건이 더 나왔다.
· 각주가 뒷받침하지 못하는 주장
· 낡은 판본을 근거로 단 서술 — 새 판본이 같은 폴더에 들어와 있었는데도 놓쳤다
· 다른 조항의 요건을 가져다 쓴 서술
셋. 사람이 둘.
그 분야 현직 실무자 한 분께 통독을 부탁했더니 반나절 만에 두 건을 잡았다. 그중 하나는 같은 날 돌린 AI 전수 검수도 못 잡은 것이었다.
기계가 원리적으로 못 잡는 게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숫자가 아니다.
이 글에도 조문 번호가 하나도 없다. 쓸 수 있었지만 쓰지 않았다. 원문을 대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전의 나라면 기억에 의존해 조문 번호를 적었을 것이다. 지금은 대조하지 않은 번호는 쓰지 않는다. 글이 조금 덜 그럴듯해 보이는 대신, 틀리지 않는다.
4. 나만의 방식 또는 개선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AI 활용법을 다루는 글은 대부분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더 잘 쓰게 할까"를 말한다. 나는 반대쪽을 팠다. "AI가 쓴 것을 어떻게 의심할까."
세 가지가 내 방식이다.
하나. 부탁하지 말고 막는다.
지시문에 "지어내지 마라"고 아무리 써도 지어낸다. 부탁은 지켜질 때도 있고 안 지켜질 때도 있는데, 안 지켜졌을 때 아무 신호가 없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부탁을 그만두고 뒤에서 기계로 거르는 구조로 바꿨다.
둘. 검수 횟수를 세지 말고 종류를 센다.
"열 번 검수했다"는 안전의 근거가 못 된다. 같은 도구로 열 번 보면 사각지대도 열 번 똑같다. 세어야 할 것은 회차가 아니라 서로 다른 종류의 눈이다. 기계 검사, 다른 계열 모델, 사람 — 셋은 서로 다른 것을 잡는다. 하나로 나머지 둘을 대신할 수 없다.
셋.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쓸 자리를 만든다.
"확인 필요"를 실패로 취급하면 사람은 결국 지어낸다. 정직한 미확인이 통과되는 길을 열어둬야 한다.
한계도 적는다.
· 이 검사기는 "확인 가능한 형태인가"만 본다. 식별자가 붙어 있어도 그 식별자 자체가 가짜일 수 있다. 실재 확인은 법령 원문 대조로 따로 한다.
· 정규식으로 자유로운 한국어를 완벽히 막을 수는 없다. 이건 부주의한 날조를 잡는 1차 필터지 최종 방어선이 아니다.
· 최종 방어선은 여전히 사람이다. 위의 "현직 실무자가 잡은 한 건"이 그 증거다.
이 한계를 적어두는 것까지가 이 사례의 일부다. 도구가 완벽하다고 믿는 순간, 도구를 쓰기 전보다 위험해진다.
5. 다른 사람도 따라 할 수 있나요?
프로그램 없이도 오늘 당장 할 수 있다. 내가 만든 건 아래 세 가지를 자동화한 것뿐이다.
첫째. 금지 목록이 아니라 '필수 식별자 목록'을 만든다.
"거짓말하지 마"는 검사할 수 없다. 대신 이렇게 바꾼다.
[이런 주장을 쓸 때는 / 이게 없으면 쓰지 않는다]
· 판례를 인용할 때 → 사건번호
· 법 조문을 인용할 때 → 원문을 직접 본 기록
· 정부 지침·고시를 인용할 때 → 고시번호·시행일
· 통계·수치를 쓸 때 → 문서명·연도·페이지
· 효과·성과를 말할 때 → 측정한 데이터
이 표를 메모장에 붙여놓고 문서를 보내기 전에 한 번 훑는 것만으로도 상당수가 걸린다.
둘째. 지어낸 게 발견되면 그 값을 적어둔다.
그냥 고치고 넘어가면 같은 게 또 나온다. 틀린 금액, 틀린 조문 번호, 없는 문서 이름을 목록에 적어두면, 다음에 그 값이 또 나타났을 때 한눈에 알아본다.
셋째. 마지막 검토는 반드시 다른 도구나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
같은 AI에게 "다시 검토해줘"라고 하는 건 검토가 아니다. 무료로 쓸 수 있는 AI가 여럿이니 서로 다른 것을 쓰면 된다. 제일 나은 건 그 분야를 아는 사람에게 한 번 읽어달라고 부탁하는 쪽이다.
어디에 쓸 수 있나.
근거를 대야 하는 모든 문서다. 공문, 보고서, 제안서, 보도자료, 논문, 강의자료, 상품 안내 자료. 법령이나 통계를 한 줄이라도 인용한다면 전부 해당한다.
특히 공공기관과 전문직에서 급하다. 이쪽 문서는 한 번 나가면 회수가 안 되고, 틀린 걸 아무도 지적하지 않으면 그게 사실이 되어 버린다.
맺으며
그날 사고가 난 건 AI를 썼기 때문이 아니다. AI가 쓴 것을 내가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매일 AI로 글을 쓴다. 다만 믿어서 쓰는 게 아니라, 믿지 않고 검사하는 절차를 만들어서 쓴다.
코드는 틀리면 에러가 난다. 사실은 틀려도 아무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소리를 직접 만들어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