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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습을 위한 AI 활용
여러 AI를 데리고 교재를 쓰는 법 — 사람이 판단을 놓지 않는 일본어 교재 제작
여러 AI에게 쓰고 검토하게 하되, 근거의 기준과 최종 판단은 사람이 쥐고 가는 일본어 동사 교재 제작기입니다.
🤖 활용 AI 도구
Claude, ChatGPT, Gemini, Grok, Qwen
① 어떤 상황에서 AI를 활용했나요?
저는 한국어·일본어 통역사로 일하며, 한국어를 쓰는 학습자를 위한 일본어 동사 교재를 혼자 만들고 있습니다.
일본어 동사 하나에는 뜻이 여러 개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抜く는 '못을 뽑다', '공기를 빼다', '아침을 거르다', '선수를 뽑다', '앞사람을 제치다'에 모두 쓰입니다. 이 뜻들을 따로따로 외우기 쉽습니다. 이 교재는 동사마다 하나의 장면(뿌리)에서 출발해, 그 장면이 여러 쓰임으로 어떻게 뻗어 나가는지 보여 주는 구조로 씁니다. 이 '뿌리'에서 따와 작업 이름을 ROOT라고 붙였습니다.
어려운 것은 미묘한 차이를 판정하는 일입니다. 박힌 가시를 '뺐다'고 할 때 抜く가 맞는지, 取る나 外す는 어떤지를 한 장마다 수십 문장씩 가려야 합니다. 예문과 해설의 양이 많고, 근거가 되는 사전과 자료는 흩어져 있습니다. AI가 쓴 초안은 그럴듯하지만 틀릴 수 있고, 원어민에게 자연스러운지는 AI도 저도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돌이켜보면, 처음 여러 AI와 작업을 시작했을 때는 전율을 느꼈습니다. ChatGPT는 제 이야기를 듣고 나중에 플랫폼으로 넓히는 것까지 내다보며 전체 얼개와 설계 기준을 짰고, Gemini는 제가 생각하지 못한 용례를 정리해 주었고, Claude는 그 기준을 적용해 1차 원고 108개 장을 일주일 만에 써냈습니다. 다만 제 작업에서 AI들은 답을 서둘러 단정하는 일이 잦았고, 그 탓에 되돌리는 일이 늘어 오히려 효율이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AI에게 일을 맡기되, 판단은 넘기지 않는 방식이 필요했습니다.
② 어떤 AI를 어떻게 활용했나요?
여러 AI에게 각자 역할을 맡기고, 저는 편집장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 역할은 처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역할을 바꿔 보는 시도를 포함해, 어떤 AI가 어떤 일에 맞는지 찾는 시행착오를 거쳐 확립했습니다. Qwen도 독립 조사와 검토를 맡아 보았지만, 인턴십으로 수행 능력을 확인하는 데 그쳤고 정식 멤버로 들이지는 않았습니다. 아래는 지금의 운영 기준입니다(29장부터 적용).
맡은 쪽 역할
Claude 설계도와 원고 집필, 여러 결과의 병합, 문서 관리
ChatGPT 구조 설계, 독립 검토, 누락·충돌 감사 (현재 기준에서는 원고 집필을 맡지 않음)
Gemini 용례 조사, 감각 표현 점검
Grok Gemini와 같은 요청서로 따로 하는 독립 조사(구어·온라인 용례)
저 모든 전달 승인, 최종 판단, 확정본 동결
운영 원칙은 네 가지입니다.
AI끼리 직접 넘기지 않습니다. 한 AI의 결과는 제가 승인한 문서로만 다음 AI에게 갑니다.
같은 조사를 Gemini와 Grok이 서로의 결과를 보지 않고 따로 합니다. 그다음 ChatGPT가 빠진 것과 부딪치는 것을 찾습니다.
확정본은 덮어쓰지 않습니다. 고칠 때마다 새 번호로 저장하고, 확정본은 파일 지문(해시값)을 등록부에 남깁니다.
AI 사이의 연락은 모두 파일로 남깁니다. 역할과 작업 현황, 공통 기준을 서로 같은 문서로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같은 AI라도 대화 창(세션)을 바꾸거나 대화가 길어지면 앞의 맥락이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도 겪었습니다. 그래서 창마다 한 일을 문서로 남기고, 다음 창에 넘길 작업 지시서를 씁니다. 지금은 작업마다 전담 창을 두고 이름과 맡을 폴더·과업을 정해 주며, 각 창이 얻은 통찰을 공유 폴더로 다른 창에 나눕니다.
역할을 바꿔 본 실험에서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집필자가 바뀌어도 교재가 이어질 수 있는지 보려고, 같은 설계도로 ChatGPT에게 한 장을 쓰게 했습니다. 뿌리와 전체 의미 구조는 유지됐지만, 확정본의 형식과 독자 경험은 재현되지 않았습니다. 논의 중에 ChatGPT는 이 차이를 'Claude 스타일'이라고 불렀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바로잡았습니다. 그 문체와 구성은 앞선 19개 장을 저와 ChatGPT, Claude가 함께 검토하고 고치며 만든 공동의 기준이었고, Claude는 직접 집필하며 그것을 몸에 익혔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기준을 'ROOT 집필 기준'이라고 부르고, 각 역할이 작업하면서 쌓은 판단 기준을 문서로 회수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역할 교체가 프로젝트 전체 효율을 크게 떨어뜨린다고 판단해, 검증 목적 없이는 역할을 바꾸지 않기로 했습니다.
③ AI 활용으로 무엇이 달라졌나요?
여러 AI와 함께 교재 원고를 쓰고, 그 원고로 실제 수업까지 해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동시에 AI가 틀렸을 때 그것이 드러나고 되짚을 수 있게 됐습니다. 어느 판과 어떤 근거로 판단했는지 파일로 따라갈 수 있고, 확인하지 못한 것은 '보류'로 표시해 둔 채 작업을 이어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결과물을 고칠 때마다, 일하는 방식도 함께 고쳐 왔습니다. 세 장면으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장면 1 — 그럴듯한 답이 아니라 원문으로 되돌아가기
교재 내용을 발표 영상 원고로 옮기던 중, 이미 확정한 抜く의 뿌리 정의가 바뀌어 있었습니다. 한 AI 창이 확정 전의 옛 원고를 기준으로 답했고, 그 답이 확인 없이 영상 원고와 검토 AI의 기록까지 옮겨진 것입니다.
확정본: "안에 박히거나 들어 있던 것을 그 자리에서 밖으로 빼내다"
옮겨진 정의(영문 원고 표현을 옮긴 말): "저항을 뚫고, 붙들려 있던 곳에서 무언가가 빠져나오다"
다른 AI 창이 근거 문서가 이미 대체된 것임을 알렸고, 확정본 파일을 직접 열어 대조했습니다. 저는 확정본 정의로 되돌리기로 결정했고, 영상 원고·화면 카드·초록을 모두 새 판으로 바꿨습니다. ChatGPT가 파일 속 문구까지 대조해 정정을 확인했고, 자신도 "원천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 전달된 판단에 기댔다"고 기록에 남겼습니다. 이 일 뒤로 "확정본 원문과 대조했는가"를 전달의 기본 질문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장면 2 — '틀림'을 서두르지 않기
21개 장을 새 구조로 다시 쓰는 동안, AI가 사전에 용례가 없다는 이유로 몇몇 예문을 ✗(틀림)로 판정했습니다. 저는 "사전에 없다는 사실만으로 틀림을 확정하지 말 것"이라는 기준을 세웠습니다. Claude가 ✗ 7건을 다시 살펴 먼저 5건을 보류로 내렸고, ChatGPT가 같은 기준을 검토 기준으로 삼은 뒤 1건이 더 보류로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6건 보류, 1건 ✗이며, 7건 모두 원어민 확인을 기다립니다. 오류를 고친 것이 아니라 섣부른 판정을 미루는 절차를 만든 것입니다.
장면 3 — 수업에서 본 것을 교재로 되돌리기
시범 수업에서 학습자들이 走り抜く(끝까지 달려내다)를 '힘든 일을 이겨내다'로 먼저 떠올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원고의 질문 문장이 그 연상을 먼저 건넬 수 있어, 한 문장을 고쳐 승인하고 확정본으로 새로 등록했습니다.
이 확정본으로 중급 학습자 7명과 수업을 했습니다. 발언 기록이 남은 3명은 첫 장면을 교재의 뿌리와 같은 방향으로 설명했습니다. 반면 여러 쓰임을 묶어 보는 단계에서는 "무엇을 기준으로 묶는지 모르겠다", "양이 너무 많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저는 이것을 내용이 아니라 보여 주는 방식의 문제로 판단해, 교재는 그대로 두고 진행 방식을 고치기로 했습니다. 일주일 뒤 새로 온 학습자 5명과의 수업에서는 묶기 활동 대신 흐름을 설명으로 보여 주었고, "무엇을 하는지 먼저 알려 달라", "예문이 많아 도움이 됐다"는 의견(참가자 의견 요약)이 나왔습니다. 참가자와 진행 방식이 달라 두 수업을 비교하지는 않으며, 이 의견들은 다음 수업안의 재료로 넘겼습니다.
이 방식으로 만든 교재와 학습법을 소개하기 위해 국제 교육 발명 대회(ILEIC 2026)에도 출품했습니다(결과는 11월 18일 발표 예정).
④ 나만의 개선점은 무엇인가요?
사람이 정하는 것을 분명히 나눴습니다.
근거의 기준: 무엇을 '틀림'으로 볼지, 어느 파일이 확정본인지는 제가 정합니다(장면 1·2).
귀로 하는 판단: 초급자용 높낮이 수업에 합성 음성을 썼습니다. AI가 높낮이를 손으로 지정한 음성은 들어 보니 어색해서, 기본 억양을 살리고 단어 높낮이가 약하거나 틀린 곳만 고쳤습니다. 2반음 차이로 벌린 판은 튀어 오르게 들려 되돌리고, 1반음 차이로 맞춘 판을 썼습니다(단어 14개 중 7개, 문장 7개 중 5개).
대화하며 내 생각을 알게 되기: 감각으로만 갖고 있던 생각을 설명하면 AI가 말로 정리해 제안합니다. 그 표현이 맞는지 따져 보는 사이에, 제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었는지 저 스스로도 더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시범 수업의 목적: 효과를 증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세운 구조가 학습자에게 통하는지 보고 보여 주는 방식을 고쳐 가는 자리로 둡니다.
책임 있게 쓰기 위해 지키는 것도 있습니다.
원어민 확인 전에는 단정하지 않습니다. 예문의 원어민 자연성은 '미확인'으로 기록하고, 원어민 확인표(291문장)를 따로 만들어 두었습니다.
학습 효과를 주장하지 않습니다. 시범 수업은 소규모 관찰입니다.
참여자 동의: 위 장면 3의 두 수업은 연구 동의를 받고 응답을 코드로 기록했습니다.
이용 조건 확인: 음성 합성과 사전 데이터의 이용 조건을 문서로 보관합니다.
이 출품을 준비하면서도 같은 절차가 작동했습니다. 자료 정리 중 한 AI가 원문을 확인하지 않은 인용을 메모에 넣었는데, 다른 AI가 원문을 요청하자 대조 과정에서 그 인용이 지워졌습니다.
⑤ 다른 사람도 따라 할 수 있나요?
교재가 아니어도, AI에게 긴 글이나 자료를 맡기는 일이라면 같은 절차를 쓸 수 있습니다.
기준이 되는 원문을 먼저 고정합니다. 파일 이름에 번호를 붙이고, 확정본은 따로 표시합니다.
한 AI가 초안을 씁니다.
다른 AI가 원문과 대조해 검토합니다. 초안을 쓴 AI의 자체 점검만으로 검토를 끝내지 않습니다.
의견이 갈리거나 불확실한 것은 사람이 정합니다. 정하지 못한 것은 '보류'로 남깁니다.
고친 것은 새 번호로 저장합니다. 덮어쓰지 않으면 언제든 되짚을 수 있습니다.
이 절차는 처음부터 설계한 것이 아닙니다. 작업하다 불편했던 일, 틀렸던 일을 그때마다 다음 작업의 기준으로 바꿔 온 결과입니다. 저는 이 절차를 교재 집필과 초급자 수업 자료 제작에서 함께 쓰고 있습니다. 같은 내용을 짧은 영상이나 종이책 등 여러 형태로 내는 것도 구상하고 있지만, 그보다 먼저 지키려는 것은 하나입니다. AI의 답을 받아들일 기준은 사람이 세우고, 모르면 보류하고, 무엇을 왜 정했는지 남기는 것입니다. 이미 정한 것도 새 근거가 오면 다시 엽니다. 확정본의 질문 한 문장을 수업 관찰을 보고 고친 것처럼, 제 판단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렇게 남긴 기록은 다음 창이 이어받아 쓰고, 다른 작업의 판단에도 다시 쓰입니다. 그 안에는 저조차 잊은 과거의 판단들이 들어 있습니다. 잊혀서는 안 되는 자산입니다.
저는 한국어·일본어 통역사로 일하며, 한국어를 쓰는 학습자를 위한 일본어 동사 교재를 혼자 만들고 있습니다.
일본어 동사 하나에는 뜻이 여러 개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抜く는 '못을 뽑다', '공기를 빼다', '아침을 거르다', '선수를 뽑다', '앞사람을 제치다'에 모두 쓰입니다. 이 뜻들을 따로따로 외우기 쉽습니다. 이 교재는 동사마다 하나의 장면(뿌리)에서 출발해, 그 장면이 여러 쓰임으로 어떻게 뻗어 나가는지 보여 주는 구조로 씁니다. 이 '뿌리'에서 따와 작업 이름을 ROOT라고 붙였습니다.
어려운 것은 미묘한 차이를 판정하는 일입니다. 박힌 가시를 '뺐다'고 할 때 抜く가 맞는지, 取る나 外す는 어떤지를 한 장마다 수십 문장씩 가려야 합니다. 예문과 해설의 양이 많고, 근거가 되는 사전과 자료는 흩어져 있습니다. AI가 쓴 초안은 그럴듯하지만 틀릴 수 있고, 원어민에게 자연스러운지는 AI도 저도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돌이켜보면, 처음 여러 AI와 작업을 시작했을 때는 전율을 느꼈습니다. ChatGPT는 제 이야기를 듣고 나중에 플랫폼으로 넓히는 것까지 내다보며 전체 얼개와 설계 기준을 짰고, Gemini는 제가 생각하지 못한 용례를 정리해 주었고, Claude는 그 기준을 적용해 1차 원고 108개 장을 일주일 만에 써냈습니다. 다만 제 작업에서 AI들은 답을 서둘러 단정하는 일이 잦았고, 그 탓에 되돌리는 일이 늘어 오히려 효율이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AI에게 일을 맡기되, 판단은 넘기지 않는 방식이 필요했습니다.
② 어떤 AI를 어떻게 활용했나요?
여러 AI에게 각자 역할을 맡기고, 저는 편집장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 역할은 처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역할을 바꿔 보는 시도를 포함해, 어떤 AI가 어떤 일에 맞는지 찾는 시행착오를 거쳐 확립했습니다. Qwen도 독립 조사와 검토를 맡아 보았지만, 인턴십으로 수행 능력을 확인하는 데 그쳤고 정식 멤버로 들이지는 않았습니다. 아래는 지금의 운영 기준입니다(29장부터 적용).
맡은 쪽 역할
Claude 설계도와 원고 집필, 여러 결과의 병합, 문서 관리
ChatGPT 구조 설계, 독립 검토, 누락·충돌 감사 (현재 기준에서는 원고 집필을 맡지 않음)
Gemini 용례 조사, 감각 표현 점검
Grok Gemini와 같은 요청서로 따로 하는 독립 조사(구어·온라인 용례)
저 모든 전달 승인, 최종 판단, 확정본 동결
운영 원칙은 네 가지입니다.
AI끼리 직접 넘기지 않습니다. 한 AI의 결과는 제가 승인한 문서로만 다음 AI에게 갑니다.
같은 조사를 Gemini와 Grok이 서로의 결과를 보지 않고 따로 합니다. 그다음 ChatGPT가 빠진 것과 부딪치는 것을 찾습니다.
확정본은 덮어쓰지 않습니다. 고칠 때마다 새 번호로 저장하고, 확정본은 파일 지문(해시값)을 등록부에 남깁니다.
AI 사이의 연락은 모두 파일로 남깁니다. 역할과 작업 현황, 공통 기준을 서로 같은 문서로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같은 AI라도 대화 창(세션)을 바꾸거나 대화가 길어지면 앞의 맥락이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도 겪었습니다. 그래서 창마다 한 일을 문서로 남기고, 다음 창에 넘길 작업 지시서를 씁니다. 지금은 작업마다 전담 창을 두고 이름과 맡을 폴더·과업을 정해 주며, 각 창이 얻은 통찰을 공유 폴더로 다른 창에 나눕니다.
역할을 바꿔 본 실험에서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집필자가 바뀌어도 교재가 이어질 수 있는지 보려고, 같은 설계도로 ChatGPT에게 한 장을 쓰게 했습니다. 뿌리와 전체 의미 구조는 유지됐지만, 확정본의 형식과 독자 경험은 재현되지 않았습니다. 논의 중에 ChatGPT는 이 차이를 'Claude 스타일'이라고 불렀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바로잡았습니다. 그 문체와 구성은 앞선 19개 장을 저와 ChatGPT, Claude가 함께 검토하고 고치며 만든 공동의 기준이었고, Claude는 직접 집필하며 그것을 몸에 익혔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기준을 'ROOT 집필 기준'이라고 부르고, 각 역할이 작업하면서 쌓은 판단 기준을 문서로 회수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역할 교체가 프로젝트 전체 효율을 크게 떨어뜨린다고 판단해, 검증 목적 없이는 역할을 바꾸지 않기로 했습니다.
③ AI 활용으로 무엇이 달라졌나요?
여러 AI와 함께 교재 원고를 쓰고, 그 원고로 실제 수업까지 해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동시에 AI가 틀렸을 때 그것이 드러나고 되짚을 수 있게 됐습니다. 어느 판과 어떤 근거로 판단했는지 파일로 따라갈 수 있고, 확인하지 못한 것은 '보류'로 표시해 둔 채 작업을 이어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결과물을 고칠 때마다, 일하는 방식도 함께 고쳐 왔습니다. 세 장면으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장면 1 — 그럴듯한 답이 아니라 원문으로 되돌아가기
교재 내용을 발표 영상 원고로 옮기던 중, 이미 확정한 抜く의 뿌리 정의가 바뀌어 있었습니다. 한 AI 창이 확정 전의 옛 원고를 기준으로 답했고, 그 답이 확인 없이 영상 원고와 검토 AI의 기록까지 옮겨진 것입니다.
확정본: "안에 박히거나 들어 있던 것을 그 자리에서 밖으로 빼내다"
옮겨진 정의(영문 원고 표현을 옮긴 말): "저항을 뚫고, 붙들려 있던 곳에서 무언가가 빠져나오다"
다른 AI 창이 근거 문서가 이미 대체된 것임을 알렸고, 확정본 파일을 직접 열어 대조했습니다. 저는 확정본 정의로 되돌리기로 결정했고, 영상 원고·화면 카드·초록을 모두 새 판으로 바꿨습니다. ChatGPT가 파일 속 문구까지 대조해 정정을 확인했고, 자신도 "원천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 전달된 판단에 기댔다"고 기록에 남겼습니다. 이 일 뒤로 "확정본 원문과 대조했는가"를 전달의 기본 질문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장면 2 — '틀림'을 서두르지 않기
21개 장을 새 구조로 다시 쓰는 동안, AI가 사전에 용례가 없다는 이유로 몇몇 예문을 ✗(틀림)로 판정했습니다. 저는 "사전에 없다는 사실만으로 틀림을 확정하지 말 것"이라는 기준을 세웠습니다. Claude가 ✗ 7건을 다시 살펴 먼저 5건을 보류로 내렸고, ChatGPT가 같은 기준을 검토 기준으로 삼은 뒤 1건이 더 보류로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6건 보류, 1건 ✗이며, 7건 모두 원어민 확인을 기다립니다. 오류를 고친 것이 아니라 섣부른 판정을 미루는 절차를 만든 것입니다.
장면 3 — 수업에서 본 것을 교재로 되돌리기
시범 수업에서 학습자들이 走り抜く(끝까지 달려내다)를 '힘든 일을 이겨내다'로 먼저 떠올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원고의 질문 문장이 그 연상을 먼저 건넬 수 있어, 한 문장을 고쳐 승인하고 확정본으로 새로 등록했습니다.
이 확정본으로 중급 학습자 7명과 수업을 했습니다. 발언 기록이 남은 3명은 첫 장면을 교재의 뿌리와 같은 방향으로 설명했습니다. 반면 여러 쓰임을 묶어 보는 단계에서는 "무엇을 기준으로 묶는지 모르겠다", "양이 너무 많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저는 이것을 내용이 아니라 보여 주는 방식의 문제로 판단해, 교재는 그대로 두고 진행 방식을 고치기로 했습니다. 일주일 뒤 새로 온 학습자 5명과의 수업에서는 묶기 활동 대신 흐름을 설명으로 보여 주었고, "무엇을 하는지 먼저 알려 달라", "예문이 많아 도움이 됐다"는 의견(참가자 의견 요약)이 나왔습니다. 참가자와 진행 방식이 달라 두 수업을 비교하지는 않으며, 이 의견들은 다음 수업안의 재료로 넘겼습니다.
이 방식으로 만든 교재와 학습법을 소개하기 위해 국제 교육 발명 대회(ILEIC 2026)에도 출품했습니다(결과는 11월 18일 발표 예정).
④ 나만의 개선점은 무엇인가요?
사람이 정하는 것을 분명히 나눴습니다.
근거의 기준: 무엇을 '틀림'으로 볼지, 어느 파일이 확정본인지는 제가 정합니다(장면 1·2).
귀로 하는 판단: 초급자용 높낮이 수업에 합성 음성을 썼습니다. AI가 높낮이를 손으로 지정한 음성은 들어 보니 어색해서, 기본 억양을 살리고 단어 높낮이가 약하거나 틀린 곳만 고쳤습니다. 2반음 차이로 벌린 판은 튀어 오르게 들려 되돌리고, 1반음 차이로 맞춘 판을 썼습니다(단어 14개 중 7개, 문장 7개 중 5개).
대화하며 내 생각을 알게 되기: 감각으로만 갖고 있던 생각을 설명하면 AI가 말로 정리해 제안합니다. 그 표현이 맞는지 따져 보는 사이에, 제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었는지 저 스스로도 더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시범 수업의 목적: 효과를 증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세운 구조가 학습자에게 통하는지 보고 보여 주는 방식을 고쳐 가는 자리로 둡니다.
책임 있게 쓰기 위해 지키는 것도 있습니다.
원어민 확인 전에는 단정하지 않습니다. 예문의 원어민 자연성은 '미확인'으로 기록하고, 원어민 확인표(291문장)를 따로 만들어 두었습니다.
학습 효과를 주장하지 않습니다. 시범 수업은 소규모 관찰입니다.
참여자 동의: 위 장면 3의 두 수업은 연구 동의를 받고 응답을 코드로 기록했습니다.
이용 조건 확인: 음성 합성과 사전 데이터의 이용 조건을 문서로 보관합니다.
이 출품을 준비하면서도 같은 절차가 작동했습니다. 자료 정리 중 한 AI가 원문을 확인하지 않은 인용을 메모에 넣었는데, 다른 AI가 원문을 요청하자 대조 과정에서 그 인용이 지워졌습니다.
⑤ 다른 사람도 따라 할 수 있나요?
교재가 아니어도, AI에게 긴 글이나 자료를 맡기는 일이라면 같은 절차를 쓸 수 있습니다.
기준이 되는 원문을 먼저 고정합니다. 파일 이름에 번호를 붙이고, 확정본은 따로 표시합니다.
한 AI가 초안을 씁니다.
다른 AI가 원문과 대조해 검토합니다. 초안을 쓴 AI의 자체 점검만으로 검토를 끝내지 않습니다.
의견이 갈리거나 불확실한 것은 사람이 정합니다. 정하지 못한 것은 '보류'로 남깁니다.
고친 것은 새 번호로 저장합니다. 덮어쓰지 않으면 언제든 되짚을 수 있습니다.
이 절차는 처음부터 설계한 것이 아닙니다. 작업하다 불편했던 일, 틀렸던 일을 그때마다 다음 작업의 기준으로 바꿔 온 결과입니다. 저는 이 절차를 교재 집필과 초급자 수업 자료 제작에서 함께 쓰고 있습니다. 같은 내용을 짧은 영상이나 종이책 등 여러 형태로 내는 것도 구상하고 있지만, 그보다 먼저 지키려는 것은 하나입니다. AI의 답을 받아들일 기준은 사람이 세우고, 모르면 보류하고, 무엇을 왜 정했는지 남기는 것입니다. 이미 정한 것도 새 근거가 오면 다시 엽니다. 확정본의 질문 한 문장을 수업 관찰을 보고 고친 것처럼, 제 판단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렇게 남긴 기록은 다음 창이 이어받아 쓰고, 다른 작업의 판단에도 다시 쓰입니다. 그 안에는 저조차 잊은 과거의 판단들이 들어 있습니다. 잊혀서는 안 되는 자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