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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AI 활용
「오늘 뭐 먹지?」에서 「오늘은 이거 먹자」로 — AI와 함께 만든 우리 집 식사 결정 웹앱
👤 하얀고래575 📅 2026-08-25 👁 조회 49
같이 사는 사람이 생겼으니 같이 밥을 잘 먹고 싶었습니다. 코딩을 거의 모르는 제가 Claude와 대화하며 하루 만에 만든, 냉장고 재고와 함께 먹는 사람의 식성을 반영하는 메뉴 추천 웹앱입니다.
① 어떤 상황에서 AI를 활용했나요?

결혼하고 나서 식생활을 좀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혼자 살 때는 배달로 대충 때우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남편이랑 같이 밥 먹는 시간이 늘고,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제대로 된 주방이 생기니까 이번엔 요리를 해서 건강도 챙기고 일회용품도 줄여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밤늦게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남편을 볼 때마다 마음이 쓰였습니다. 같이 사는 사람이 생겼으니 같이 밥이라도 잘 먹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쉽지 않았습니다. 둘 다 직장을 다니니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 챙길 시간도, 저녁에 뭘 먹을지 고민할 여유도 없었습니다. 큰맘 먹고 장을 봐도 정작 요리하려는 날엔 재료가 이미 상해 있었습니다. 버리는 재료까지 따지면 차라리 배달이 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둘밖에 없는데도 식성이 달라서 메뉴를 못 정하고, 결국 각자 다른 걸 시켜 먹은 날도 있었습니다.
그때 생각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맛있는 메뉴를 골라주는 서비스가 아니라, 요리를 포기하게 만드는 문제들을 치워주는 도구겠구나 싶었습니다. 요리가 배달보다 이득이라는 감각이 생기지 않으면 어차피 다시 배달로 돌아갈 테니까요.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더 힘들어질 텐데, 그 전에 우리 집에 맞는 방식을 만들어두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매일 겪는 문제를 Claude에게 그대로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② 어떤 AI를 어떻게 활용했나요?
Claude(Anthropic)를 썼습니다. 바이브코딩은 예전에 아주 잠깐 맛만 본 정도라서, 처음부터 완성된 프로그램을 요구하기보다 제가 겪는 상황과 원하는 모습을 설명하면서 하나씩 구체화해 나갔습니다.
먼저 기획 단계에서 Claude와 대화하며 우리 집에 진짜 필요한 추천 기준 다음과 같이 3가지로 정리했습니다.
1. 냉장고에 있는 재료 중 유통기한이 임박한 것을 먼저 쓰게 할 것
2. 같이 먹는 사람의 알레르기와 기피 음식을 반영할 것
3. ‘냉장고 파먹기’나 ‘기념일’ 같은 그날의 상황을 고를 수 있게 할 것

그러려면 앱이 우리 집 냉장고의 상태를 알아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절반은 냉장고 관리 기능으로 만들었습니다.
재료를 넣는 방법은 세 가지로 뒀습니다. 하나씩 직접 입력할 수도 있고, 장 봐온 걸 늘어놓고 사진을 찍으면 여러 개를 한 번에 읽어 등록됩니다. 재료 목록을 어딘가에 적어뒀다면 그대로 붙여넣어도 한꺼번에 들어갑니다. 처음엔 재료를 일일이 입력하는 게 번거로울까 걱정했는데, 장 본 직후에 사진 한 장이면 끝나니 생각보다 부담이 없었습니다.
보관 위치는 실제 냉장고 모양대로 냉장실·문칸·야채칸·냉동실·실온으로 나눴습니다. 앱을 열면 냉장고 그림이 나오고 칸을 누르면 그 칸에 뭐가 있는지 보입니다. 재료 종류에 따라 자리가 안 맞으면 다른 칸을 권해주고, 눌러서 옮길 수 있습니다. 재료마다 분류에 따라 색과 그림이 붙어 있어서 목록이 길어져도 눈으로 훑기 편합니다.
유통기한은 이 앱의 중심입니다. 등록할 때 날짜를 넣어두면 기한이 가까워진 재료가 홈 화면에 먼저 뜹니다. “3일 내 · 두부, 애호박” 같은 식으로요. 냉장고 목록에서도 임박하거나 지난 재료는 따로 표시됩니다. 추천을 받을 때는 임박한 재료가 먼저 쓰이도록 앞에 세우고, 이미 기한이 지난 것은 아예 빼고 추천합니다.
요리를 마치면 쓴 재료를 차감할 수 있습니다. 레시피를 열면 냉장고에 있는 재료와 없는 재료를 대조해서 보여주고, 부족한 것만 골라 장보기 목록에 담을 수 있습니다. 장을 보고 [샀어요]를 누르면 그 재료가 다시 냉장고 재고로 들어옵니다.

여기까지 만들다 보니 미처 생각 못 한 게 나왔습니다. 집에서 요리한다고 매번 같은 사람과 먹는 게 아니더군요. 평소엔 남편과 둘이지만 어떤 날은 친구가 오고 가족이 옵니다. 그래서 같이 먹는 사람을 묶는 ‘방’이라는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부부처럼 계속 유지되는 상설 방과, 손님을 초대할 때 쓰는 일시 방으로 나눴습니다. 냉장고는 집에 하나뿐이니 방이 여러 개여도 재고는 하나로 두고, 방에 누가 들어와 있느냐에 따라 추천만 달라지게 했습니다.
형태는 웹앱으로 정했습니다. 앱을 깔거나 회원가입을 해야 하면 손님한테 써달라고 부탁하기가 민망할 것 같았거든요. 방을 만든 사람이 초대 링크만 보내면 받은 사람이 바로 들어와서 자기 식성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했습니다. 알레르기나 못 먹는 음식 같은 건 초대한 사람이 대신 기억해서 적어주는 것보다 먹는 사람이 직접 알려주는 게 정확하고 안전하다고 봤습니다.

그다음은 실제로 쓰면서 고치는 일이었습니다.
Claude가 준 코드를 돌려보고 오류가 나면 에러 메시지를 그대로 복사해서 보냈습니다. 남편과 며칠 써보고 불편한 게 나오면 다시 설명하고 고쳤습니다.
이걸 반복해서 하루 만에 일단 쓸 수 있는 첫 버전을 만들었고, 그 뒤로 계속 다듬고 있습니다.

③ 활용 결과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부부 방을 만들어 일주일 동안 사용해보니 변화가 꽤 분명했습니다.
요리하는 날은 주 0~1일에서 주 3~5일로 늘었고, 메뉴를 결정하는 시간은 10분쯤 걸리던 것이 1분쯤으로 줄었습니다.
예전에는 냉장고를 직접 열어봐야 뭐가 있는지 알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앱에서 냉장실·문칸·야채칸·냉동실·실온 등 칸별로 재고를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재료도 사놓고 잊어버려 버리는 일이 잦았는데, 이제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재료부터 먼저 확인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식성이 달라 메뉴를 정하는 데 오래 걸리던 것도 앱이 추천해주는 메뉴를 함께 보고 결정하면서 훨씬 빨라졌습니다.

제일 크게 달라진 건 요리하는 날이 늘었다는 것입니다. 결혼하고 나서 “이제 요리 좀 해야지” 생각만 계속 했는데, 이제는 습관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메뉴 정하는 시간도 확 줄었습니다. 식성이 다른 둘이서 “뭐 먹지”, “난 그거 싫은데”, “그럼 뭐 먹을 건데”를 반복하던 게 없어졌습니다. 앱이 제3자처럼 하나 던져주니까 “그럼 오늘은 이거 먹자”로 쉽게 끝납니다. 버리는 재료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예전엔 냉장고 안쪽에 뭐가 있는지 몰라서 있는 재료를 또 사 오는 일도 잦았는데, 이제는 출근길이나 마트에서 앱만 열어보면 됩니다. 홈 화면에 며칠 안에 이거 써야 하는지가 떠 있으니 그날 저녁 메뉴가 자연스럽게 정해집니다. 결혼하고 계속 마음에 걸리던 문제였는데 이제야 좀 풀리는 느낌입니다. 배달을 덜 시키니 식비도 줄어드는 게 체감됩니다. 다만 일주일은 너무 짧아서 얼마를 아꼈다고 계산하지는 않았습니다. 한 달쯤 더 써보고 실제 숫자로 확인해보려 합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건 따로 있습니다.
남편이 밤에 라면이나 시리얼 대신 같이 만든 밥을 먹는 날이 늘었다는 것. 대단한 변화는 아니지만 제가 이걸 만든 이유가 사실 그런 거였습니다. 자주 놀러 오는 친구를 위한 방도 하나 만들어봤습니다. 친구가 초대 링크로 들어와서 식성 설문에 직접 답하는 것까지는 확인했습니다. 아직 그 방으로 같이 요리를 해보진 못했지만, 초대하고 식성을 입력받고 그에 맞게 추천되는 흐름은 실제로 작동했습니다.

④ 나만의 방식 또는 개선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첫째, ‘뭘 먹을까’가 아니라 ‘뭘 안 버릴까’에서 출발했습니다.
보통 메뉴 추천 서비스는 뭘 먹으면 맛있을지를 중심에 둡니다. 그런데 저희가 요리를 포기했던 진짜 이유는 메뉴 고르기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사놓은 재료가 상해서 버려지는 일이 반복돼서였습니다. 그래서 앱의 절반을 냉장고 관리에 썼습니다. 메뉴 추천 화면보다 재고를 넣고 보는 화면을 먼저 만들었고, 추천은 그 위에 얹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현상 말고 실제 원인에서 문제를 다시 정의한 것이 제일 중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메뉴가 아니라 같이 먹는 사람을 기준으로 설계했습니다.
밥은 혼자 고르는 게 아니라 같이 먹는 사람들이 합의해서 정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묶는 ‘방’을 만들고 상설과 일시로 나눴습니다. 덕분에 평소 부부의 식생활과 손님 초대 같은 특별한 식사를 따로 관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반대로 냉장고는 집에 하나뿐이라 방과 분리해 하나로 뒀습니다. 사람은 바뀌어도 재료는 그대로니까요.

셋째, 개인정보 다루는 방식을 중간에 스스로 고쳤습니다.
처음엔 참여자에게 실명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쓰다 보니 알레르기 정보가 실명과 붙으면 꽤 민감한 건강 정보가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방 안에서는 닉네임으로 보이게 바꿨습니다. 어차피 서로 아는 사이라 닉네임으로 충분했고, 기능은 그대로 두면서 위험만 줄일 수 있었습니다. AI에게 보내는 내용에서도 이름과 방 이름을 빼고 “성인 2명” 같은 식으로만 넘어가게 했습니다. 데이터 삭제는 두 단계로 만들었습니다. 방을 종료하면 ‘종료된 방’ 목록으로 옮겨가고, 개설자가 완전 삭제를 눌러야 기록이 없어집니다. 실수로 지웠을 때 되돌릴 여지는 두되 최종 권한은 개설자가 갖게 한 겁니다. 아직 못 고친 것도 있습니다. 지금은 링크만 있으면 누구나 방에 들어올 수 있어서, 링크가 새어 나가면 참여자의 식성 정보가 노출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링크 유효기간을 두고 개설자 승인 절차를 붙일 생각입니다. 편하려고 로그인을 없앤 만큼 이 부분은 꼭 보완해야 한다고 봅니다.

넷째, AI가 읽은 것은 사람이 다시 확인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진으로 재료를 등록할 때 AI가 이름을 잘못 읽는 일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그래서 인식 결과를 바로 저장하지 않고 고칠 수 있는 입력창에 채워만 넣고, 제가 확인한 뒤 저장 버튼을 눌러야 들어가게 했습니다. 유통기한은 더 조심했습니다. 날짜를 잘못 읽으면 홈 화면이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 말을 믿고 상한 걸 먹게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AI가 확신 없이 읽은 날짜는 채우지 않고 비워두게 했습니다. 알레르기도 마찬가지입니다. AI가 걸러주니까 안전하겠지 하고 넘기지 않고, 추천을 받은 다음에 냉장고를 열어 재료와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최종 결정을 했습니다. AI는 거들기만 하고 마지막 확인은 사람이 한다는 선은 지켰습니다.

다섯째, 오류 앞에서 덜 막막해지는 법을 배웠습니다.
제일 힘들었던 게 에러였습니다. 코딩을 모르니 메시지를 봐도 뭐가 잘못된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안 돼요”라고만 말해서 해결이 한참 걸렸는데, 에러 메시지를 그대로 복사하고 화면도 캡처해서 보여주니까 대부분 한두 번 만에 해결됐습니다. 코딩을 잘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내가 보고 있는 화면을 AI에게 정확하게 보여주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⑤ 다른 사람도 따라 할 수 있나요?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코딩 경험이 거의 없었고 개발 환경 같은 것도 따로 만들지 않았지만, AI와 대화하는 것만으로 실제로 쓰는 웹앱을 만들었습니다. 먼저 매일 겪는 불편의 진짜 원인이 뭔지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메뉴 선택이 아니라 재료 관리가 문제였습니다. 그다음엔 내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되 처음부터 거창한 걸 요구하지 말고 가장 간단한 버전부터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류가 나면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하고, 직접 써보면서 불편한 점을 다시 말해주면 됩니다. 이걸 반복하면 조금씩 쓸 만해집니다. 특히 맞벌이 부부나, 이제 막 혼자 살기를 벗어난 신혼부부, 어린아이를 키우는 집처럼 요리는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는 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저희 집 문제에서 출발한 거라 다른 집에 그대로 맞지는 않을 겁니다. 저희 냉장고 칸 구성에 맞춰 만든 부분도 있고요. 하지만 AI와 함께라면 각자의 냉장고와 가족, 식성, 생활 방식에 맞는 도구를 직접 만들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한 달 더 써보면서 식비가 실제로 얼마나 줄었는지 숫자로 확인하고, 손님을 초대하는 상황에서도 잘 되는지 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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