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으로
생활 속 AI 활용
척추 골절 후, AI를 활용해 치료 정보를 검색/이해하고 회복과 일상을 스스로 관리한 사례
척추 골절 후 AI를 활용해 치료와 회복에 필요한 정보를 정리하고 일상을 관리하면서, 안전하게 업무에 복귀하기 위한 데스크톱 앱까지 직접 만든 사례입니다.
🤖 활용 AI 도구
chatGPT, Claude code
① 어떤 상황에서 AI를 활용했나요?
2026년 5월, 큰 사고를 당했습니다. 척추뼈가 부러졌습니다. 진단명은 챈스 골절(Chance fracture)이었고, 여기에 횡돌기 골절과 인대 손상까지 겹쳤습니다. 그렇게 76일을 병원에서 보냈고, 지금도 회복 중입니다.
병원에 입원한 날부터 퇴원해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까지, 저는 줄곧 AI를 썼습니다.
병상에서는 제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는 데 썼습니다. 일어나고 앉고 옷 갈아입는 법을 다시 배울 때도, 회복 계획을 세울 때도, 병원비와 보험 문제를 풀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퇴원한 뒤에는 다시 일터로 돌아오는 데 썼고, 지금은 일하다 제때 일어나 쉬기 위해 씁니다.
처음에는 의사에게 무엇을 물어야 할지조차 몰랐습니다. 의사가 제 상태를 설명해줘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으니까요. 저만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어려운 의학 용어와 처음 듣는 설명을 짧은 회진 시간에 다 되물을 수도 없었습니다. 더 답답한 건, 제가 무엇을 알아듣고 무엇을 못 알아들었는지조차 몰랐다는 점입니다.
병실에 누워 보니 의사를 만나는 시간보다 혼자 알아서 해야 하는 시간이 훨씬 길었습니다. 재채기가 나올 때 허리에 충격을 덜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허리를 못 숙이는데 바지는 어떻게 갈아입을지, 발톱은 어떻게 깎을지, 침대에서는 어떤 순서로 일어나야 할지, 오늘은 어디까지 걸어도 될지. 사고 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하던 동작이 하나하나 숙제가 됐습니다.
궁금한 건 매일 쌓이는데 물어볼 데가 없었습니다. 특히 처음 3주는 뼈가 붙기를 기다리며 거의 움직이지 못했고, 제 손에 있는 건 스마트폰 하나뿐이었습니다. ChatGPT와 Claude, Gemini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게 그때입니다.
문제는 몸만이 아니었습니다. 병원비와 비급여 정산이 밀려왔고, 제가 든 실손의료보험과 사고가 난 시설 쪽 배상책임보험이 어떻게 다른지도 알아야 했습니다. 손해사정사와도 이야기를 나눠야 했습니다. 49년을 살면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었습니다.
퇴원하고 나니 이번에는 일이 문제였습니다. 저는 컴퓨터 앞에서 기획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합니다. 한번 몰입하면 몇 시간씩 앉아 있는 게 버릇인데, 회복 중에 그렇게 앉아 있으면 안 됐습니다. 그래서 때가 되면 일어나라고 알려주는 macOS 앱 'StandUp'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일할 때 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제 몸이 어떤 상태인지 알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올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② 어떤 AI를 어떻게 활용했나요?
ChatGPT와 Claude, Gemini를 함께 썼습니다. 잘못 알고 따라 했다가는 몸이 상할 수 있으니, 중요한 질문은 세 곳에 똑같이 던지고 답을 비교했습니다.
근거 자료도 늘 함께 찾아달라고 했습니다. AI가 사실이 아닌 내용을 그럴듯하게 지어내는 일, 이른바 할루시네이션을 걸러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설명이 어려우면 "의학 지식이 없는 사람도 알아들을 수 있게 다시 설명해달라"고 되물었습니다. 다만 치료에 관한 것만큼은 AI 말을 그대로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 내용은 담당 의사에게 반드시 다시 확인했습니다.
1. 내 부상부터 이해하기
챈스 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그게 흔히 말하는 압박골절과 뭐가 다른지도 몰랐습니다. 횡돌기와 인대까지 다쳤다는 게 무슨 뜻인지, 보조기는 왜 차야 하고 어떻게 차는 건지, 어떤 움직임을 특히 조심해야 하는지 하나씩 물었습니다. 알고 나서 진료실에 들어가니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예전 같으면 "저 괜찮은 건가요?"로 끝났을 질문을, 어떤 행동이 되고 어떤 행동이 안 되는지 짚어서 물을 수 있었습니다.
2. 질문을 잘게 쪼개기
"척추 골절 환자는 어떻게 생활해야 하나요" 같은 큰 질문은 하지 않았습니다. 재채기할 때 몸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허리를 굽히지 않고 바지를 입는 방법이 있는지처럼 그때 당장 필요한 동작 하나씩만 물었습니다.
3. 회복 계획 계속 고쳐 쓰기
소변줄을 뺐을 때, 혼자 밥 먹고 양치하게 됐을 때, 화장실까지 걸어가게 됐을 때마다 "지난주까지는 거의 누워 있었는데 지금은 여기까지 된다"고 상태를 다시 알려줬습니다. 그러고 나서 앞으로 2~3주 동안 얼마나 움직일지, 무엇을 피할지 정리했습니다. 한 번 받은 답을 계속 따르지는 않았습니다. 회복을 서두르는 쪽보다 보수적인 쪽으로 알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4. 보험과 행정 풀기
보험사에서 온 안내문을 그대로 AI에 보여주고 무슨 말인지 설명해달라고 했습니다. 실손의료보험과 시설 배상책임보험이 어떻게 다른지, 본인부담상한제가 무엇인지, 비급여 치료비와 병원비 정산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렇게 익혔습니다. 손해사정사에게 물어볼 것도 미리 적어두고 통화했습니다.
5. 반복되는 일은 앱으로 만들기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25분마다 일어나 쉬기로 했는데, 일에 빠져 있으면 시계를 볼 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은 제가 아니라 컴퓨터가 기억하게 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AI와 함께 필요한 기능을 정리한 다음 Claude Code로 StandUp을 만들었습니다. 타이머를 켜고 25분이 지나면 소리와 함께 "허리를 위해 일어나세요"라는 알림이 뜹니다. 시간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고, 회복 단계에 맞춰 작업 시간과 걷는 시간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는 일부러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알림을 꺼도 타이머가 저절로 다시 시작되지는 않습니다. 알림만 끄고 계속 앉아 있게 될까 봐, 쉬고 난 뒤 제가 직접 켜도록 했습니다. 매일 쓰는 앱이라 음성 안내 같은 기능은 넣지 않았습니다. 메뉴 막대에서 바로 켜고 끌 수 있게, 딱 그 정도로만 단순하게 만들었습니다.
③ 활용 결과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불안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허리가 걱정된다"는 큰 덩어리였습니다. 그 덩어리를 AI와 함께 "오늘은 어떤 자세를 피해야 하나", "침대에서 일어날 때는 어떤 순서로 해야 하나", "지금은 얼마나 걸어도 되나" 같은 질문으로 쪼갰습니다. 구체적으로 물으니 구체적인 답이 돌아왔고, 그만큼 불안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의사와 나누는 이야기도 달라졌습니다. 진료 전에 기본은 알고, 궁금한 걸 적어서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괜찮나요?" 대신 무엇이 걱정되고 무엇을 확인하고 싶은지 정확히 말할 수 있었습니다.
보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 보는 안내문을 AI에게 먼저 풀어달라고 한 뒤, 보험사와 손해사정사에게 무엇을 물을지 정리해서 연락했습니다.
시작은 병실에서 던진 재채기 질문 하나였습니다. 그 질문이 부상을 이해하는 일로 이어졌고, 일상의 동작과 회복 계획, 보험 문제로 번졌습니다. 저는 AI를 검색하듯 쓰지 않았습니다.
AI에게서 얻은 건 정보만이 아닙니다. 저는 AI의 도움을 받아 막연한 걱정을 질문으로 바꾸고, 그 질문을 행동으로 옮기고, 매번 반복해야 하는 일은 아예 앱으로 만들었습니다.
④ 나만의 방식 또는 개선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첫째, 판단은 AI에 맡기지 않습니다. 의료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상황을 이해하고 질문을 준비하는 데까지만 쓰고, 결정은 의사에게 맡겼습니다.
둘째, 한 가지 AI만 믿지 않습니다. 중요한 질문은 세 곳에 물어보고, 답이 갈리거나 애매하면 근거를 더 찾았습니다.
셋째, 질문은 작고 구체적으로 만듭니다. 크게 물으면 크고 뻔한 답만 돌아옵니다.
넷째, 몸이 달라지면 질문의 전제도 바꿉니다. 일주일 전의 저와 오늘의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다르니, 예전 답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지금 상태를 다시 설명한 뒤 계획을 고쳤습니다.
다섯째, 반복되는 일은 시스템으로 만듭니다. StandUp이 그 결과입니다. 생산성 타이머는 보통 더 오래 집중하라고 만든 도구지만, 제 앱은 정반대입니다. 더 일하려고 만든 게 아니라 제때 멈추려고 만들었습니다.
순서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지금 상태를 자세히 설명하고, 큰 문제를 작은 질문으로 나눕니다. 여러 AI의 답을 비교해 이해하고, 전문가가 판단할 일은 전문가에게 확인합니다. 확인한 것은 직접 해보고, 몸이 달라지면 계획을 고칩니다. 그리고 반복되는 행동은 알림이나 프로그램으로 만듭니다.
⑤ 다른 사람도 따라 할 수 있나요?
할 수 있습니다. AI를 잘 알 필요도, 개발을 할 줄 알 필요도 없습니다.
먼저 자기 상태를 자세히 알려주면 됩니다. "허리가 아파요"보다 어디를 다쳤는지, 병원에서 뭐라고 진단했는지, 지금 어떤 동작이 안 되는지까지 적어주면 훨씬 쓸 만한 답이 돌아옵니다. 그다음 당장 급한 것 하나만 물어보면 됩니다. 설명이 어려우면 쉽게 다시 풀어달라고 하면 되고, 중요한 내용은 여러 AI에 같은 질문을 던져 답을 비교해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의료 판단은 반드시 의사에게 확인해야 합니다. AI가 병원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겪어보니 AI는 제 상황을 이해하게 해주고, 무엇을 물어야 할지 정리해주고, 전문가와 더 잘 이야기하도록 돕는 데 가장 쓸모가 있었습니다.
확인한 것은 생활에서 지킬 수 있는 형태로 바꾸면 됩니다. 몇 분마다 일어나기, 하루에 얼마나 걸었는지 적기, 해도 되는 동작과 안 되는 동작을 목록으로 만들기 같은 것입니다. 스마트폰 알림이나 일정표만으로도 충분하고, 필요하면 저처럼 AI 코딩 도구로 작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됩니다.
저는 병실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재채기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를 물으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AI와 함께 만든 StandUp을 켜놓고 다시 일합니다.
AI가 제 허리를 치료한 건 아닙니다. 치료는 의사와 의료진이 했습니다. 다만 처음 겪는 부상을 이해하고, 무엇을 물어야 할지 찾아내고, 무너진 일상을 하나씩 다시 세우는 동안 AI는 제 손에 쥐어진 도구였습니다.
2026년 5월, 큰 사고를 당했습니다. 척추뼈가 부러졌습니다. 진단명은 챈스 골절(Chance fracture)이었고, 여기에 횡돌기 골절과 인대 손상까지 겹쳤습니다. 그렇게 76일을 병원에서 보냈고, 지금도 회복 중입니다.
병원에 입원한 날부터 퇴원해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까지, 저는 줄곧 AI를 썼습니다.
병상에서는 제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는 데 썼습니다. 일어나고 앉고 옷 갈아입는 법을 다시 배울 때도, 회복 계획을 세울 때도, 병원비와 보험 문제를 풀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퇴원한 뒤에는 다시 일터로 돌아오는 데 썼고, 지금은 일하다 제때 일어나 쉬기 위해 씁니다.
처음에는 의사에게 무엇을 물어야 할지조차 몰랐습니다. 의사가 제 상태를 설명해줘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으니까요. 저만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어려운 의학 용어와 처음 듣는 설명을 짧은 회진 시간에 다 되물을 수도 없었습니다. 더 답답한 건, 제가 무엇을 알아듣고 무엇을 못 알아들었는지조차 몰랐다는 점입니다.
병실에 누워 보니 의사를 만나는 시간보다 혼자 알아서 해야 하는 시간이 훨씬 길었습니다. 재채기가 나올 때 허리에 충격을 덜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허리를 못 숙이는데 바지는 어떻게 갈아입을지, 발톱은 어떻게 깎을지, 침대에서는 어떤 순서로 일어나야 할지, 오늘은 어디까지 걸어도 될지. 사고 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하던 동작이 하나하나 숙제가 됐습니다.
궁금한 건 매일 쌓이는데 물어볼 데가 없었습니다. 특히 처음 3주는 뼈가 붙기를 기다리며 거의 움직이지 못했고, 제 손에 있는 건 스마트폰 하나뿐이었습니다. ChatGPT와 Claude, Gemini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게 그때입니다.
문제는 몸만이 아니었습니다. 병원비와 비급여 정산이 밀려왔고, 제가 든 실손의료보험과 사고가 난 시설 쪽 배상책임보험이 어떻게 다른지도 알아야 했습니다. 손해사정사와도 이야기를 나눠야 했습니다. 49년을 살면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었습니다.
퇴원하고 나니 이번에는 일이 문제였습니다. 저는 컴퓨터 앞에서 기획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합니다. 한번 몰입하면 몇 시간씩 앉아 있는 게 버릇인데, 회복 중에 그렇게 앉아 있으면 안 됐습니다. 그래서 때가 되면 일어나라고 알려주는 macOS 앱 'StandUp'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일할 때 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제 몸이 어떤 상태인지 알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올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② 어떤 AI를 어떻게 활용했나요?
ChatGPT와 Claude, Gemini를 함께 썼습니다. 잘못 알고 따라 했다가는 몸이 상할 수 있으니, 중요한 질문은 세 곳에 똑같이 던지고 답을 비교했습니다.
근거 자료도 늘 함께 찾아달라고 했습니다. AI가 사실이 아닌 내용을 그럴듯하게 지어내는 일, 이른바 할루시네이션을 걸러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설명이 어려우면 "의학 지식이 없는 사람도 알아들을 수 있게 다시 설명해달라"고 되물었습니다. 다만 치료에 관한 것만큼은 AI 말을 그대로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 내용은 담당 의사에게 반드시 다시 확인했습니다.
1. 내 부상부터 이해하기
챈스 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그게 흔히 말하는 압박골절과 뭐가 다른지도 몰랐습니다. 횡돌기와 인대까지 다쳤다는 게 무슨 뜻인지, 보조기는 왜 차야 하고 어떻게 차는 건지, 어떤 움직임을 특히 조심해야 하는지 하나씩 물었습니다. 알고 나서 진료실에 들어가니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예전 같으면 "저 괜찮은 건가요?"로 끝났을 질문을, 어떤 행동이 되고 어떤 행동이 안 되는지 짚어서 물을 수 있었습니다.
2. 질문을 잘게 쪼개기
"척추 골절 환자는 어떻게 생활해야 하나요" 같은 큰 질문은 하지 않았습니다. 재채기할 때 몸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허리를 굽히지 않고 바지를 입는 방법이 있는지처럼 그때 당장 필요한 동작 하나씩만 물었습니다.
3. 회복 계획 계속 고쳐 쓰기
소변줄을 뺐을 때, 혼자 밥 먹고 양치하게 됐을 때, 화장실까지 걸어가게 됐을 때마다 "지난주까지는 거의 누워 있었는데 지금은 여기까지 된다"고 상태를 다시 알려줬습니다. 그러고 나서 앞으로 2~3주 동안 얼마나 움직일지, 무엇을 피할지 정리했습니다. 한 번 받은 답을 계속 따르지는 않았습니다. 회복을 서두르는 쪽보다 보수적인 쪽으로 알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4. 보험과 행정 풀기
보험사에서 온 안내문을 그대로 AI에 보여주고 무슨 말인지 설명해달라고 했습니다. 실손의료보험과 시설 배상책임보험이 어떻게 다른지, 본인부담상한제가 무엇인지, 비급여 치료비와 병원비 정산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렇게 익혔습니다. 손해사정사에게 물어볼 것도 미리 적어두고 통화했습니다.
5. 반복되는 일은 앱으로 만들기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25분마다 일어나 쉬기로 했는데, 일에 빠져 있으면 시계를 볼 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은 제가 아니라 컴퓨터가 기억하게 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AI와 함께 필요한 기능을 정리한 다음 Claude Code로 StandUp을 만들었습니다. 타이머를 켜고 25분이 지나면 소리와 함께 "허리를 위해 일어나세요"라는 알림이 뜹니다. 시간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고, 회복 단계에 맞춰 작업 시간과 걷는 시간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는 일부러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알림을 꺼도 타이머가 저절로 다시 시작되지는 않습니다. 알림만 끄고 계속 앉아 있게 될까 봐, 쉬고 난 뒤 제가 직접 켜도록 했습니다. 매일 쓰는 앱이라 음성 안내 같은 기능은 넣지 않았습니다. 메뉴 막대에서 바로 켜고 끌 수 있게, 딱 그 정도로만 단순하게 만들었습니다.
③ 활용 결과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불안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허리가 걱정된다"는 큰 덩어리였습니다. 그 덩어리를 AI와 함께 "오늘은 어떤 자세를 피해야 하나", "침대에서 일어날 때는 어떤 순서로 해야 하나", "지금은 얼마나 걸어도 되나" 같은 질문으로 쪼갰습니다. 구체적으로 물으니 구체적인 답이 돌아왔고, 그만큼 불안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의사와 나누는 이야기도 달라졌습니다. 진료 전에 기본은 알고, 궁금한 걸 적어서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괜찮나요?" 대신 무엇이 걱정되고 무엇을 확인하고 싶은지 정확히 말할 수 있었습니다.
보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 보는 안내문을 AI에게 먼저 풀어달라고 한 뒤, 보험사와 손해사정사에게 무엇을 물을지 정리해서 연락했습니다.
시작은 병실에서 던진 재채기 질문 하나였습니다. 그 질문이 부상을 이해하는 일로 이어졌고, 일상의 동작과 회복 계획, 보험 문제로 번졌습니다. 저는 AI를 검색하듯 쓰지 않았습니다.
AI에게서 얻은 건 정보만이 아닙니다. 저는 AI의 도움을 받아 막연한 걱정을 질문으로 바꾸고, 그 질문을 행동으로 옮기고, 매번 반복해야 하는 일은 아예 앱으로 만들었습니다.
④ 나만의 방식 또는 개선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첫째, 판단은 AI에 맡기지 않습니다. 의료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상황을 이해하고 질문을 준비하는 데까지만 쓰고, 결정은 의사에게 맡겼습니다.
둘째, 한 가지 AI만 믿지 않습니다. 중요한 질문은 세 곳에 물어보고, 답이 갈리거나 애매하면 근거를 더 찾았습니다.
셋째, 질문은 작고 구체적으로 만듭니다. 크게 물으면 크고 뻔한 답만 돌아옵니다.
넷째, 몸이 달라지면 질문의 전제도 바꿉니다. 일주일 전의 저와 오늘의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다르니, 예전 답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지금 상태를 다시 설명한 뒤 계획을 고쳤습니다.
다섯째, 반복되는 일은 시스템으로 만듭니다. StandUp이 그 결과입니다. 생산성 타이머는 보통 더 오래 집중하라고 만든 도구지만, 제 앱은 정반대입니다. 더 일하려고 만든 게 아니라 제때 멈추려고 만들었습니다.
순서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지금 상태를 자세히 설명하고, 큰 문제를 작은 질문으로 나눕니다. 여러 AI의 답을 비교해 이해하고, 전문가가 판단할 일은 전문가에게 확인합니다. 확인한 것은 직접 해보고, 몸이 달라지면 계획을 고칩니다. 그리고 반복되는 행동은 알림이나 프로그램으로 만듭니다.
⑤ 다른 사람도 따라 할 수 있나요?
할 수 있습니다. AI를 잘 알 필요도, 개발을 할 줄 알 필요도 없습니다.
먼저 자기 상태를 자세히 알려주면 됩니다. "허리가 아파요"보다 어디를 다쳤는지, 병원에서 뭐라고 진단했는지, 지금 어떤 동작이 안 되는지까지 적어주면 훨씬 쓸 만한 답이 돌아옵니다. 그다음 당장 급한 것 하나만 물어보면 됩니다. 설명이 어려우면 쉽게 다시 풀어달라고 하면 되고, 중요한 내용은 여러 AI에 같은 질문을 던져 답을 비교해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의료 판단은 반드시 의사에게 확인해야 합니다. AI가 병원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겪어보니 AI는 제 상황을 이해하게 해주고, 무엇을 물어야 할지 정리해주고, 전문가와 더 잘 이야기하도록 돕는 데 가장 쓸모가 있었습니다.
확인한 것은 생활에서 지킬 수 있는 형태로 바꾸면 됩니다. 몇 분마다 일어나기, 하루에 얼마나 걸었는지 적기, 해도 되는 동작과 안 되는 동작을 목록으로 만들기 같은 것입니다. 스마트폰 알림이나 일정표만으로도 충분하고, 필요하면 저처럼 AI 코딩 도구로 작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됩니다.
저는 병실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재채기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를 물으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AI와 함께 만든 StandUp을 켜놓고 다시 일합니다.
AI가 제 허리를 치료한 건 아닙니다. 치료는 의사와 의료진이 했습니다. 다만 처음 겪는 부상을 이해하고, 무엇을 물어야 할지 찾아내고, 무너진 일상을 하나씩 다시 세우는 동안 AI는 제 손에 쥐어진 도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