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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AI 활용
할머니와 손주를 베스트 프렌드로
👤 노란사자504 📅 2026-06-30 👁 조회 22
할머니와 손주를 베스트 프렌드로!
올해 일흔여덟이신 외할머니는 나와 한집에서 산 지 3년이 넘었지만, 우리 사이의 대화는 늘 짧고 어색했다. 할머니는 사투리와 옛날 말투를 쓰셨고, 나는 줄임말과 신조어에 익숙한 세대였다. "오늘 학교에서 좀 빡셌어요"라고 하면 할머니는 "빡세다는 게 뭔 소리고?"라고 되물으셨고, 반대로 할머니가 "오야 됐다, 오늘은 고마 가만있그라"라고 하시면 나는 그게 허락인지 거절인지조차 헷갈렸다. 한집에 살면서도 우리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 같았다.
이 문제를 풀어보고 싶어서 AI를 대화 통역사처럼 활용해보기로 했다. 방법은 단순했다. 할머니가 하신 말씀을 그대로 받아 적거나 음성으로 녹음한 뒤 AI에게 "이게 무슨 뜻인지, 어떤 감정이 담긴 말인지" 물어봤다. 반대로 내가 친구들과 쓰는 신조어나 줄임말도 AI에게 입력해서 "할머니 세대가 이해하실 수 있는 쉬운 말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단순 번역이 아니라 그 말 속에 담긴 정서적 맥락까지 함께 물어본 게 핵심이었다. 예를 들어 "오야 됐다, 됐다"라는 말을 AI에게 물으니 단순한 거절이 아니라 "걱정하지 말고 네 뜻대로 해도 된다"는 허락과 안심의 표현이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렇게 한 달 정도 AI를 매개로 서로의 말을 '번역'해서 주고받다 보니 변화가 생겼다. 더 이상 할머니의 말씀을 흘려듣지 않고 그 안에 담긴 마음까지 헤아리게 됐고, 할머니도 내가 쓰는 표현들을 점점 직접 알아들으시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대화의 양 자체가 늘었다는 것이다. 예전엔 "밥 먹었니" 정도로 끝나던 대화가, 이제는 할머니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시고 내가 그걸 더 깊이 물어보는 식으로 길어졌다.
나만의 방식이 있다면, AI에게 단순히 "뜻이 뭐야"라고만 묻지 않고 "이 말을 한 사람의 기분이나 의도까지 같이 설명해줘"라고 요청한 점이다. 언어는 단어 그 자체보다 그 안에 담긴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번역된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지 않고, 내 말투로 한 번 더 다듬어서 할머니께 자연스럽게 전했다. AI의 답을 그대로 복사하는 게 아니라 다리 역할로만 쓴 셈이다.
이 방법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특별한 기술이나 앱이 필요한 게 아니라, 평소 쓰는 AI 챗봇에 할머니나 부모님이 하신 말씀, 혹은 내가 자주 쓰는 신조어를 입력하고 "이 말이 어떤 뜻이고 어떤 마음이 담겨 있는지" 물어보기만 하면 된다. 세대 차이로 대화가 줄어든 가족이 있다면, 이 방법이 작은 다리 하나를 놓아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결국 AI가 해준 건 번역이 아니라, 멀어졌던 두 세대의 마음을 다시 이어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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